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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 사라지는 금융권, 미래 위해 '순혈주의' 버렸다

공채·내부발탁 아닌 외부인사 앞다퉈 영입...소비자·대외환경 변화 반영

 

[FETV=권지현 기자] "얼마 전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를 출시한 디지털 사업부서 직원 대부분이 아예 통으로 거대 핀테크 기업으로 이직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지만 이 일은 디지털 등 전문 인력 확보 체계를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현재는 역으로 네이버·카카오 등의 디지털 인력을 영입해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비단 보험사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겁니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직원)

 

금융권의 '순혈주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 2번에 걸쳐 진행되던 '신입사원·경력직 공개채용'이 이제는 듣기 힘든 단어가 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은행권의 경우 올해 기업·농협은행 등 국책은행을 제외하면 신입행원 공채는 전무하다. 금융사들이 '예비 인재'를 찾던 모습에서 이제는 '누가봐도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사들이 이처럼 오래 지니고 있던 순혈주의 타파에 나선 것은 '시간'과 연관돼 있다. 한 직원을 잘 뽑아 회사의 남부럽지 않은 주역으로 성장시키기엔 금융업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 기업의 '미래'였다면 이제는 회사의 필요에 꼭 맞는 인재를 그 자리에 앉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 것이 기업의 '앞날'이 돼버렸다.

 

한 대형 금융그룹 관계자는 "순환보직인 금융지주 업무 특성상 직무를 옮길 때마다 이전에는 '순혈'인지 따지는 분위기였으나 외부 출신이 눈에 띄게 많아진 요즘, 출신을 묻는 분위기는 지양된 지 오래"라고 전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현재 4명의 외부 출신 인사가 임원을 맡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조영서 그룹 경영연구소장(전무) 겸 국민은행 DT(디지털 전환)전략본부장이다. 그는 KB금융과 '리딩금융'을 다투는 신한금융 출신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 후 컨설팅사인 맥킨지앤컴퍼니, 베인앤컴퍼니 등에서 오랜 관록을 쌓은 조 전무를 데려와 자회사인 신한DS 부사장으로 앉혔다. 검증된 인사라면 경쟁사의 회장이 직접 눈도장을 찍은 인사라도 개의치 않은 셈이다. 삼성 출신도 눈에 띈다. 윤진수 국민은행 부행장은 삼성전자·SDS 출신이며, 백창윤 KB손해보험 일반보험부문장은 같은 손해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 출신이다. 이외 박기은 국민은행 본부장은 네이버에서 왔다.

 

신한금융은 관료출신 등 외부 인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건혁 그룹 미래전략연구소 재표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제통화기금(IMF) 출신이다. 김철기 신한은행 디지털혁신 단장은 금융연수원 교수를 지냈으며, 김준환 신한은행 데이터 유닛 상무는 SK데이터 기술위원을 역임했다. 이성용 신한금융그룹 CDO(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부사장) 겸 신한DS 대표는 베인앤컴퍼니에서 컨설팅 업무를 오래 쌓았으며, 김혜주 신한은행 마이테이터 유닛장 상무는 KT에서 AI 빅데이터사업단을 이끌었다. 김 상무는 신한금융 최초 여성 임원이다.


하나금융도 다양한 경력의 외부인사가 배치돼 있다. 이인영 하나은행 소비자리스크관리 그룹장은 김앤장 변호사 출신이며, 김소정 하나은행 부행장은 딜리버리히어로·이베이코리아에서 근무했다. 김정한 하나금융기술원 원장은 삼성전자 DS부문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기술업무를 닦았다.

 

이외 우리금융의 황원철 디지털추진단장(전무)은 휴렛팩커드(HP) 출신으로 우리은행 부행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김진현 DT추진단장은 삼성화재에서 자리를 옮겼다. 농협금융은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 부행장으로 영입했으며, 김한상 농협금융 디지털혁신국장은 기아에서 근무했다.

 

금융권의 인력 외부수혈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은행 등 금융사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와 협력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핀테크 금융사 한 관계자는 "현재 총 직원의 약 60%가 마이데이터 관련 업무에 집중하는 디지털 전문 인력인데 IT 능력은 금융사의 향후 생존을 결정짓는 만큼 이들은 기본적으로 여기서 실력을 갈고 닦아 또 다른 금융사의 '콜'이 오면 달려갈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 회사 역시 이들을 공채가 아닌 외부에서 영입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