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1.68%를 포함해 오너 일가 지분 53%를 3107억원에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521/art_16222699650409_5753d8.jpg)
[FETV=김윤섭 기자] 57년간 국내 유업계를 이끌어온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후폭풍을 극복하지 못하고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에 이어 과대광고와 경쟁사 비방 댓글 등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남양유업이 올해 연이어 불거진 '불가리스 사태'와 '갑질 경영'으로 오너 경영에 종지부를 찍게 된 셈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홍원식 남양유업 전(前) 회장이 자신의 입장을 전 임직원에게 밝혔다. 홍 회장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회사를 정사화하기 위해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취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한다고 했다.
홍 전 회장은 27일 자신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1.68%를 포함해 오너 일가 지분 53%를 3107억원에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오너일가 지분은 총 53.08%로,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보통주 37만8938주를 3107억2916만 원에 양도받는다. 당사자간 합의가 없는 경우 8월 31일 이전에 대금지급이 이뤄지며 그 시점에 최대주주가 변경된다.
57년의 남양유업의 역사에서 가장 큰 변곡점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였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했다는 의혹에 이어 영업직원이 욕설을 한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이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벌인 것이다. 이후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본격화됐고 매일유업에게 결국 1위자리를 내주게됐다.
이후 창업주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지난해 경쟁사 매일유업 비방글 작성 사건 등이 줄줄이 터지면서 불매운동이 장기화됐고, 남양유업 매출은 지난 2012년 1조3650억 원에서 지난해 9489억 원으로 30.5%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가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결국 매각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게된 것이다.
![홍원식 전 회장이 지난 4일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521/art_16222699655268_959fda.jpg)
홍 전 회장은 매각을 공식화한 직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제 노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며 “회사의 가치를 올려 예전처럼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고심 끝에 저의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임직원에게 사죄하는 마음도 내비쳤다. 홍 전 회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 가족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라며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감으로 회장직에서 내려왔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등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남양유업 가족분들과 함께한 지난 45년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눈물이 앞을 가로막는다”라며 “앞으로 남양유업과 가족분들의 건강과 건승을 위해 조용히 응원하고 기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521/art_16222699659906_84ef75.jpg)
이번 사태는 지난달 13일 남양유업이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자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 저감 효과가 확인됐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양유업의 주가는 심포지엄 당일 8.57% 급등했고 불가리스 품절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식약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계속되는 등 논란이 불거지자 하락했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연구결과를 성급히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고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고발 조치하고 지난달 15일 세종시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다음날인 4월 16일 남양유업은 입장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남양유업 불매를 알리는 글이 이어지는 등 여파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홍 전 회장의 장남인 홍진성 상무가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보직 해임된 사실이 보도되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에 이달 4일 홍원식 전 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홍 회장은 앞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2019년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혐의와 관련해 본인 명의로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직접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 그만큼 남양유업에 있어 이번 사태가 엄중한 사태이었다는 것이다.
홍 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라고 밝히고 고개를 숙였다. 발효유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지 22일 만이다.
그는 “국민이 코로나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 관련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했을 국민과 현장에서 고통받을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후 남양유업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비대위 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홍 전 회장에게 소유·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 개선을 요청하는 등 쇄신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소비자들과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결국 매각을 결정했다.
한편 오너일가 지분 매각을 발표한 이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30% 급증했다. 남양유업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4104억원이 됐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출 사모펀드가 회사 운영권을 사들인 것을 호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앤컴퍼니는 부실기업을 인수하고 나서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팔아왔다. 식품기업으로는 2013년 적자였던 웅진 식품을 인수하고 나서 두 배 이상 가치를 키워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한앤컴퍼니 측은 남양유업 매수 후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