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올해 1분기(1~3월) 4대 시중은행의 직원수가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해 온 기간제 근로자가 감소했다. 올 1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들이 지금을 인력 감축으로 조직을 슬림화 할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디지털화에 따른 비용 효율성도 한 요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1분기 총 직원수(정규·무기계약직 및 기간제 근로자)는 5만766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5만9656명)보다 1994명 줄어든 규모다. 1년 만에 2000명 가까운 직원수가 감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최근 은행원은 근로자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8년 5만9838명을 기록한 직원수는 이듬해 6만3명을 기록해 소폭 증가하더니 1년 만에 다시 5만9000명대로 떨어졌다. 올해는 낙폭이 더 커져 5만7000명 대로 대폭 줄어들었다.
은행 직원은 고용형태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무기계약직 등 비기간제 근로자와 기간이 정해져 있는 기간제 근로자로 나뉜다.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통상 1~2년 계약직으로 일하며 정기적으로 계약 기간을 갱신한다. 은행 구성원의 약 93%는 비기간제 근로자가 차지한다.
특히 이번 4대 은행 직원수 감소의 경우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규·무기계약직 등 비기간제 근로자의 역대 최대폭 감소세다.
![4대 은행 직원수 추이(1분기 기준, 단위: 명). [자료=금융감독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521/art_16218163767899_8211c3.png)
4대 은행의 올 1분기 기간제 근로자를 제외한 직원수는 5만3528명으로 1년 전(5만5434명)보다 1906명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5만6120명) 대비 686명 줄었으며, 2019년 1분기는 전년(5만6970명)보다 850명 감소했었다. 2년 만에 정규·무기계약직 근로자가 1000명 이상 더 줄어든 셈이다.
가장 큰 폭으로 정규·무기계약직 근로자 수가 줄어든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의 올 1분기 비기간제 근로자는 1만5408명으로 1년 전(1만6194명)보다 786명 급감했다. 하나은행도 600명 이상 줄었다. 1분기 하나은행의 비기간제 근로자는 1만1517명으로 전년 동기(1만2156명)보다 639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79명, 302명 줄어들었다.
기간제 근로자의 '감소'도 눈에 띈다. 올 1분기 4대 은행의 기간제 근로자는 4134명으로 1년 전(4222명)보다 88명 줄어들었다. 그중 우리은행의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신한·하나은행이 그 뒤를 따랐다. 그동안 은행 기간제 근로자는 그 수가 꾸준히 늘어왔다. 이는 정규직 등 비기간제 근로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올해 기간제 근로자 수가 줄어들며 최근 3년 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4대 은행 직원수 증감 추이(1분기 기준, 단위: 명). [자료=금융감독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521/art_16218160613692_54916d.png)
이처럼 고용 형태를 막론하고 은행 직원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배경에는 단연 비대면·디지털화가 있다. 올해 호실적을 거둔 은행들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화를 통한 비용 효율성을 경험하면서 보다 강도 높은 인력구조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4대 은행은 올 1분기 전년 동기보다 평균 10.7% 늘어난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각 금융사가 그동안 준비해오던 디지털 전환이 5년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금융 서비스의 많은 부분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비용·업무 효율화를 위해 대면업무 및 인력구조 개선 등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업권의 비대면화는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업 점포수 감소다. 4대 은행의 지난해 영업 점포수는 국민은행의 972개, 신한은행 860개, 하나은행은 652개, 우리은행 821개 등 총 3305개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3527개)보다 222개 줄어든 규모다.
영업점 감소는 올 초 은행업계에 거세게 분 희망퇴직으로 이어졌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말 은행권 최대 수준인 8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했으며, 신한은행은 220여명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비슷한 시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511명, 468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비대면화와 더불어 은행권이 전반적으로 인력 구조가 은퇴 시즌과 겹치면서 준정년 특별퇴직 등을 폭넓게 시행한 결과 비기간제 근로자수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기존 상품 추천, 판매, 관리 등에서 내부 업무 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상대적으로 단순 사무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감소를 가져왔다. 기간제 근로자는 영업점 창구 지원 등 단순 사무 보조에서 정보기술(IT), 자산관리 등 전문 영역 담당까지 그 범위가 넓지만 단순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비대면 영향으로 단순 업무가 디지털 등으로 대체되면서 일반 사무보조, 영업 창구 지원 등을 담당하는 직원의 수가 감소했다"며 "은행들이 비대면·디지털화에 앞장선 이상 기간제 근로자의 감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