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1분기부터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자 지난해 대비 ‘껑충’ 뛰어 오른 것이다. 다만, 지난해 충격적인 적자가 발생했던 중국 시장은 1분기에도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보복소비로 인한 자동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오르면서 현대자동차는 2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부족 사태로 인해 공장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반도체를 지금 주문해도 받기까지 수개월이 필요해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어려워 진 것이다.

◆1분기 보고서 뜯어보니...미국·유럽 손익 ↑, 중국은 적자=현대자동차는 1분기,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평가되는 미국과 유럽에서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현지 법인의 수익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이다. 다만, 대규모 적자를 나타냈던 중국 시장은 3년 연속 부진이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미국법인(HMA)은 1분기 매출 5조2704억원, 순이익은 10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리스 사업도 실적이 크게 올랐다. 북미 금융법인(HCA)은 2조6887억원의 매출과 26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7.2%, 652% 이상 개선된 수치다.
체코와 러시아 등 유럽현지 4개 법인의 실적도 크게 상승했다. 이들 법인의 매출은 총 5조80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고 순이익은 607% 오른 199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BHMC)는 소폭 감소했지만 1878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해 부진이 이어졌다. 2019년부터 쌓인 BHMC의 누적 순손실 규모는 1조8631억원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의 1분기 실적이 크게 오른 이유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자동차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현지에서만 총 17만5352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13만4830대) 대비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아반떼의 뿌리인 엘란트라(Elantra)와 투싼이 ‘효자’ 노릇을 하며 3월에만 2배 이상 늘어난 7만8409대가 팔렸다.
유렵 현지에서는 11.2% 증가한 11만5446대를 판매했다. 지난해에 비해 1, 2월 판매량은 떨어졌지만 3월에만 80% 이상 늘어난 4만9623대가 판매됐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용 아이오닉이 전월 대비 약 180%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고 코나와 투싼을 RV는 2만7000여대가 넘게 판매되는 성과를 올렸다.
◆반도체 부족 현실화...생산공장이 멈춘다=자동차 판매량에 속도가 붙고 있는 현대차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이 장기화 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 수급이 원할 하지 않은 가운데 생산공장 운영이 줄줄이 중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과 중국에서 새로운 판매 전략을 구사한 만큼 생산차질은 더욱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달 12~13일과 19~20일, 파워트레인 컨트롤 유닛(PCU : Power Control Unit)을 받지 못하면서 그랜저와 쏘나타 등을 생산하고 있는 아산공장을 멈췄다. 이어 이날부터 26일까지 다시 한 번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기로 했는데 현대차 측은 3000여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521/art_16218148796944_3e34ec.jpg)
세계 최대 규모의 울산공장도 잇따라 생산이 중단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3공장은 이달 18일, 휴업에 들어갔고 5공장은 17일부터 이틀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또 첫 번째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는 1공장이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멈추면서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이에 4만여대의 사전예약이 이뤄진 아이오닉 5는 첫 달 출고량이 114대에 그치며 고객들의 불만을 키웠다.
현대차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에 아이오닉 5를 내세우며 재도약에 나섰지만 잇따른 생산 차질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달 현대차는 ‘라이징 어게인, 포 차이나(Rising again, For China)’를 개최해 매년 전용 전기차 모델을 중국 시장에 출시하고 2030년까지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해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를 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동차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유럽에는 제네시스를 통해 고급차 공략에 나섰다. 제네시스는 다음 달부터 G80과 GV80의 사전예약을 받기로 했고 G70과 GV70도 줄지어 선보이기로 했다. 또 2022년까지 3종의 전기차를 투입해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제네시스의 생산이 중단되지 않았지만 잇따른 생산중단으로 알 수 없게 됐다.
◆1분기 생산차질 물량만 130만대...“앞으로도 지속된다”=차량용 반도체의 공급부족 사태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반도체가 글로벌 펜트업(Pent-up : 억눌린) 수요로 확대되자 반도체 생산기업들의 주문량이 폭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의 부품 제어장치인 마이크로 컨트롤러(MCU)는 주문하고 전달받기 까지 기존보다 6개월 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1분기에만 130만여대에서 차질이 발생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반도체 공급부족에 올해 생산량이 390만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른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실적은 1100억달러(약 124조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발표한 이번 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107.7로 긍정적으로 전망했지만 자동차 산업은 2개월 연속 악화된 90.0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BSI는 기업의 체감경기를 뜻하며 100보다 높으면 경기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높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경연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완성차 생산 위축이 자동차 산업은 물론, 연관된 후방산업 체감경기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