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이가람 기자] 키움증권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 달성에도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증권시장 첫 개장일 주당 13만4500원이었던 키움증권의 주가는 꾸준히 낙폭을 키우다가 결국 지난 18일 12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연초 대비 6%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사들의 주가는 모두 올랐다. 한화투자증권의 주가 상승폭이 121%로 가장 급격히 개선됐다. 그 뒤를 KTB투자증권(84%), 코리아에셋투자증권(65%), 한양증권(64%), DB금융투자(62%), 유안타증권(48%), 대신증권(47%), 이베스트투자증권(32%), 한국금융지주(28%), SK증권(25%), 상상인증권(23%), 유진투자증권(22%), 교보증권·부국증권(21%), 현대차증권·메리츠증권·NH투자증권(20%), 유화증권(19%), 신영증권(18%), 삼성증권(12%), 미래에셋증권(8%) 등이 따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융투자업 호황에 상장 증권사들이 잇따라 52주 신고가를 갈아엎은 가운데 키움증권만이 유일하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1월 4일~2021년 5월 18일 상장 증권사 주가 등락률. (단위: %) [자료=한국거래소]](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520/art_16215565016229_bfb12c.png)
최근 발표된 분기 성적표를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 3472억원과 당기순이익 2668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년보다 각각 3256%와 3887% 늘어난 금액으로 몸집이 훨씬 큰 초대형 증권사들을 가볍게 제쳤다. 국내 및 해외거래대금 시장점유율도 모두 최상위권으로 ‘브로커리지 강자’의 위용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하지만 기업의 성과는 주가의 바로미터라는 증권가 격언이 무색할 정도로 투자자들이 화답을 미루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 가치가 낮은 것도 아니다. 키움증권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로, 상장된 22개 증권사의 평균인 0.67배를 상회한다. PBR이란 순자산 대비 1주당 주가가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지표다. PBR이 1배라면 특정 시점의 주가와 기업의 1주당 순자산이 같은 경우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고평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이익대비주가(PER)는 4.55배로 대형 증권주 평균인 8.01배와 비교해 저조하지만 지금과 같은 실적장세에서는 급격한 수익 증대로 인한 착시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PBR이 더 유용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직 키움증권의 주가 상승 동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상반기 내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출시가 예정돼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키우GO’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로보어드바이저와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투자자들의 성향에 맞는 영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은 자산관리 시장점유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새로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선보일 방침이다. 키움증권의 ‘영웅문’이 증권사 MTS 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MTS는 사용법은 쉬우면서도 보안력은 강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전산사고를 줄이고 보다 많은 거래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도록 서버 증설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전사적 개발 역량을 투입하고 신중한 테스트를 거쳐 편의성과 안정성 등이 개선된 MTS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비대면 환경으로의 변화 속에서 디지털에 밝기로 유명한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가 연임에 성공한 점도 호재로 꼽힌다. 주식 거래 축소와 금리 상승 등으로 향후 이익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대표는 우선주 발행 등 자본 확충을 통해 리테일 위주에서 벗어나 수익다각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투자금융(IB) 부문의 몸집을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는 자본의 절대 규모 자체가 중요한데 키움증권의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2조7200억원으로 연내 자기자본 3조원을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해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