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1~3월) 국내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부실채권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과의 손실흡수능력 격차가 더 벌어졌다. 신한금융이 대출자산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NPL)비율 0.56%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0.54%)보다 0.02%포인트(p) 오른 수치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 가운데 NPL비율이 증가한 곳은 신한금융뿐이다. 부실채권비율을 뜻하는 'NPL비율'은 금융사의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대출자산은 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처럼 고정이하여신에 해당하는 채권이 부실채권이다. NPL비율이 높을수록 금융사의 부실 위험은 커져 건전성은 악화된다.
한국은행은 2018년 2월 발표한 동향분석보고서를 통해 "NPL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NPL이 많을 경우 은행 대출여력, 신용창출, 투자·소비 등이 제약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4대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NPL비율이 개선된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의 올 1분기 NPL비율은 0.42%로 1년 전(0.5%)보다 0.08%p 하락했다. 하나금융도 0.47%에서 0.4%로 낮아져 0.07%p 개선됐으며, 우리금융은 0.45%에서 0.39%로 0.06%p 좋아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건전한 여신문화 정착과 리스크를 감안한 질적 성장 등으로 인해 NPL비율과 같은 건전성 지표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4대 금융그룹 부실채권(NPL) 비율(1분기 기준, 단위: %).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520/art_1621301104689_2433b0.png)
특히 신한금융은 작년 1분기에 이어 올해도 NPL비율이 0.5%를 넘어서며 부실채권비중이 4대 금융그룹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의 NPL비율 '1등'이라는 불명예가 2년 연속 이어진 것이다. 신한금융의 부실채권 관리가 소극적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이 올 1분기 NPL비율이 상승한 것은 대출자산 증가율보다 부실채권 증가율이 더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위험성이 큰 대출이 대출자산에 '무더기'로 포함됐다는 의미이다. 실제 신한금융의 올 1분기 부실채권 금액은 1조9590억원으로 1년 전(1조7510억원)보다 11.9%(208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여신 금액은 321조8080억원에서 349조6960억원으로 8.7%(27조8880억원) 늘어났다. 부실채권 증가율이 총대출 증가율을 3.2%p 넘어선 것이다.
반면 KB금융는 대출자산이 늘었으나 부실채권비중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 1분기 KB금융의 은행원화대출금은 297조원으로 1년 전(280조원)보다 6%(17조원) 늘었다. 그러나 부실채권 금액은 1조541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580억원)보다 12.3%(2170억원) 감소했다. 1년 전까지 만 해도 KB금융은 신한금융보다 부실채권이 270억원 많았지만 올해는 신한금융보다 4000억원 이상 부실채권이 적다.
KB금융 관계자는 "대출자산의 경우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되 수익성을 담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그룹 전사적인 차원에서 당장 무리해서 큰 수익을 얻는데만 집중하기 보다 회사에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대출채권을 엄격히 걸러내는 등 리스크 관리에도 힘써 부실채권비중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KB·신한금융 NPL커버리지 비율(1분기 기준, 단위: %). [자료=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520/art_16212973016886_8715b8.png)
신한금융의 높은 부실채권비율은 NPL커버리지비율 관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NPL커버리지비율'은 금융사가 부실채권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액을 의미한다.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NPL비율과 반대로 수치가 낮을수록 건전성은 악화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한금융은 올 1분기 NPL커버리지비율 142% 기록했다. 이는 1년 전(147%)보다 5%p 낮아진 수치다. 2019년 1분기(164%)와 비교하면 2년 만에 NPL커버리지비율이 22%p 악화됐다. 4대 금융그룹 중 NPL커버리지비율이 2년 연속 하락한 것은 신한금융이 유일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과의 NPL커버리지비율 격차다. 신한금융과 대조적으로 KB금융은 2019년 1분기 이후 NPL커버리지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19년에는 신한금융이 KB금융에 25.8%p 앞섰으나 그 차이는 이듬해 5.6%p로 대폭 줄어들었다. 올해는 신한금융이 KB금융에 역전을 허용하며, 20.3%p 뒤처지게 됐다.
이에 신한금융이 위험자산을 줄이고 우량자산을 늘리는 등 리스크 관리에 적극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액이 증가할수록 그만큼 위험액인 부실채권 역시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버렸다. 하나금융의 경우 신한금융보다 높은 9.1%의 총여신 증가율을 보였으나 부실채권은 도리어 8.6% 감소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호텔·부동산업 등 관련 업황이 안좋아짐에 따라 해외투자자산을 부실채권으로 반영한 부분이 있어 NPL비율이 소폭 증가했다"면서 "현재 선제적인 여신운용전략과 적극적인 상매각 정책을 통해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부실채권을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우량자산 위주의 채움 전략을 지속하고 건전성 악화가 예상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자산재분배)을 수행해 부실채권 관리·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