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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논란에 무색해진 금융권 ‘ESG 경영’

폭행·성추행 등 추문 잇따라...ESG 강화와 '엇박자'

 

[FETV=이가람 기자] 금융권이 연일 폭행 및 성추행 등 추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앞 다퉈 친환경·사회적 책임·윤리적 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나서는 모습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 사업부 부서장이 술자리에서 상습적으로 직원들의 뺨을 때리고 스킨십과 음주를 강요해 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사태가 커지자 해당 부서장은 그룹 회의에 참석해 직원들에게 직접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직원들은 피해자를 불러 정황을 청취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조치를 맡긴 회사 측의 안일한 대처를 문제 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미 인사팀에서 대대적 감사에 들어갔다”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해당 임원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이투자증권의 소통 플랫폼에도 상사가 부하를 성희롱 했다는 내용이 적힌 글이 올라왔다. 사측은 특정 부서가 언급된 익명의 게시물이라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에 어렵게 알린 피해 사실을 회사가 은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공분을 샀다.

 

하나카드의 최고경영자(CEO)는 신용카드를 룸살롱에서 하루 놀 여성과 평생을 함께하는 아내에 비유하는 등 부적절한 표현과 직원들을 향한 폭언이 담긴 음성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임기 만료를 1년가량 남기고 불명예 사퇴했다.

 

이 모든 사건은 석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이들 금융사가 ESG의 가치를 경영 및 투자 활동 전반에 적용하겠다며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날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ESG 위원회는 ESG 경영의 기본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을 관리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회장이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그룹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종이 없는 영업점 시스템을 구축하고 투자금 출자에 ESG 정보를 반영하는 등 ESG 경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나카드도 비재무적 성과를 공개하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특별 채용을 진행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주요 경영 키워드를 ESG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홍보 활동에 돌입했음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금융권을 향해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ESG 평가 가치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고, 관련 상품을 출시 및 판매하고, 사회공헌을 확대하는 것만이 ESG가 아니다”라며 “조직 구성원들의 의식을 개선하고 신고가 들어오면 철저한 조사와 공정한 처분을 거쳐 바람직한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ESG 요소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