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디지털 데이터·위기관리·민첩한 변화·조직 소통·집단창조력·3차원 협상력 등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2021년 '1분기 임원·본부장 워크숍'에서)
은행들이 '데이터'에 푹 빠졌다. 기존에는 내부 차원에서 디지털화를 검토·실행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다른 업종과 적극 디지털 동맹을 맺고 직원들을 대학으로 '파견교육' 보내는 등 디지털 보폭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비대면 흐름 속에서 '동참'이 아닌 '1등'이 되기 위해 은행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은행들의 최근 이러한 움직임은 디지털 금융·자산관리 서비스로 귀결되는 '디지털 금융 리터러시'와 연관돼 있다. '디지털'과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뜻하는 '리터러시'(literacy)를 합친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을 의미한다. 이를 금융권에 적용하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원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젊은 세대가 금융상품의 주된 소비자로 떠오르고 세대를 불문하고 디지털 기기 활용이 일반화된 요즘, 디지털 리터러시는 은행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8일 KT와 데이터 동맹을 맺었다. 신한은행이 이종업인 KT와 손잡은 이유는 KT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중소상공인에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KT는 앞으로 중소상공인 고객에게 자체 개발한 상권분석 서비스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고 신한은행은 이 플랫폼에 비대면 사업자 대출 상품을 선보이게 된다. 신한은행은 KT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자사의 데이터와 융합해 새로운 금융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와 데이터 관련 연구터를 설립한다. 국민은행은 빅데이터·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을 연구하기 위해 포스텍과 '디지털혁신 연구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국민은행이 포스텍과 손잡은 것은 학계의 최신기술을 활용해 국민은행의 금융 플랫폼을 한 차원 끌어올려 고객에게 쉽고 편리한 금융 디지털 리터러시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국민은행 임직원을 교류 등을 통해 포스텍과 공동 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이달 데이터 기반 맞춤 서비스인 '자금관리 리포트'를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서비스 출시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은행 내부 빅데이터 전문 조직인 AI빅데이터섹션과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 참여해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고객의 소비·생활 데이터를 분석해 월별 잉여자금산출, 입출금 거래 분석 등 개인별 자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나은행은 AI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의 하나은행 거래뿐만 아니라 오픈뱅킹 등 외부 데이터까지 분석해 보고서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최근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활발한 데이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우리은행은 다음 달 11일부터 3일간 온라인으로 열리는 '2021 금융 데이터 엑스포'에 참여해 '금융 데이터 선두주자'로서의 모습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이 자리에서 데이터 상품·서비스, 활용사례 등을 소개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금융결제원의 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 대상 금융상품을 선보이기로 한 데 이어 현재 금융데이터거래소에 '은행 여신 기반 전국 소상공인 업종별 대출 현황' 등 매월 구독형 판매 데이터를 등록하고 있다.
농협은행 임직원들은 얼마 전 서울대 빅데이터 분석과정 온라인 수강을 마쳤다. 농협은행이 임직원 파견교육에 나선 것은 은행업도 이제는 빅데이터 역량을 갖춘 핵심 인재 양성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해당 교육은 빅데이터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분석기법 실습을 통해 금융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무 중심 교육으로 진행됐다. 약 3개월간 진행된 이번 과정은 NH농협은행 소속 직원 21명과 범농협 직원 9명을 포함한 총 30명이 수강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디지털 부문 강화를 위해 출범한 데이터사업부의 첫 행보로 '빅데이터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업은행도 데이터 역량 강화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강화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지난해 12월 금융결제원과 손 잡았다. 이에 두 기관은 앞으로 금융결제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소기업 분석모델‧지표를 개발하는 등 중소기업 맞춤 지원을 위한 연구를 공등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 데이터를 금융결제원의 결제데이터를 공유하기로 했으며, 업종‧지역별 중소기업의 경기 동향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한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 부는 데이터 바람은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금융상품 추천·여신 상황 분석 등 맞춤형 자산관리 등을 목표로 하는 고도화된 개념"이라며 "코로나19로 시작된 은행들의 비대면 서비스 강화가 이제는 금융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데이터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