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오너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을 상속 받기 위해 12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연부연납(분할납부) 하기로 했다. 또 ‘이건희 컬렉션’으로 유명한 3만여 점의 미술품 등은 국립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해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등에 기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상속세와는 별개로 유족들은 1조원의 사재를 출연해 사회공헌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삼성 오너일가 [사진=삼성]](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417/art_16195723327869_728a1c.jpg)
◆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세’, 연부연납으로 납부=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은 28일, 이건희 회장이 남긴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을 상속 받기 위해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연부연납해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납부한 LG그룹(9000여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그룹 계열사의 지분은 삼성전자 보통주(4.18%)와 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이다. 이 회장이 지난해 10월25일 타계하면서 현행법상 상속세 주식 평가 기준일을 적용하면 계열사의 주당 가격은 지난 12월22일 ▲삼성전자 7만2300원 ▲삼성전자우선주 6만8500원 ▲삼성SDS 17만7500원 ▲삼성물산 13만2500원 ▲삼성생명 8만원으로 확정됐다. 상속가액은 주식 평가 기준일 이전 2개월과 2개월 종가의 평균으로 산출한다.
이에 따른 상속세 규모만 12조원으로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상속세는 연부연납으로 납부될 예정이다. 연부연납은 당사자가 상속세를 신고하면 납부 때 '6분의 1' 금액을 선(先)지불하고 연이자 1.8%를 적용해 남은 금액을 5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에 따라 오너일가는 2조원을 이달 말 납부하고 남은 금액은 5년간 분할납부할 예정이다.
다만, 이 회장의 보유 지분에 대한 유족들의 배분 비율은 향후 공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에 상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주요 지배구조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주식까지 모두 넘겨받을 경우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규모는 천문학적일 수밖에 없어 이 회사의 주식은 가족들이 나눠 갖을 것으로 전망된다.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417/art_16195723823399_e4307e.jpg)
◆‘이건희 컬렉션’, “국민 품으로 보낸다”=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등 일명 ‘이건희 컬렉션’으로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및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은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 업계에서는 이들 규모가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고액 미술품이나 사재(私財) 등을 공익재단이나 법인에 출연할 경우 상속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먼저 ‘인왕제색도’와 ‘추성부도’를 비롯해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또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남은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증에 대해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 환원 활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417/art_16195723826834_0aa2c4.jpg)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1조원 기부=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상속세 납부와 미술품 기증을 비롯해 감염병에 대응하고 소아암·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총 1조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먼저 유족들은 7000억원을 기부해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 어린이 환자들에 3000억원을 지원한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지원금은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이 사용된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