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416/art_16190539572321_68d28c.png)
[FETV=김현호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역사의 법정에 다시 섰다. 2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검찰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검찰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등을 불법적으로 조작했고 이 부회장이 이와 관련해 깊숙하게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권정수)는 이날 417호 대법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10여명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에 관해 공판을 열었다. 417호 대법정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으로 1심 선고를 받은 곳이며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관계자를 일괄 기소한 검찰은 “이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전략실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고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합병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해체된 삼성 미전실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곳으로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기획한 곳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12년 12월 미전실에서 작성된 ‘프로젝트 G' 문건이 이 부회장의 승계 및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판단했다. 이 문건은 박근혜 정부 당시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고리 해소,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6가지 현안에 대한 대응 과제가 명시돼 있는데 특히 삼성물산과 에버랜드(옛 제일모직의 전신)의 합병을 검토하며 “物産(물산)과 에버랜드 합병時(시) 物産의 취약한 지배력을 提高(제고)”라고 명시돼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을 두고 “각종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불리한 중요 정보는 은폐했으며 주주 매수, 불법로비, 시세조종 등 다양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0.35:1의 비율로 마무리됐다. 제일모직의 1주가 삼성물산의 3배 가치에 해당된다는 뜻으로 당시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컸던 삼성물산이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비율이었다. 당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제일모직의 가치가 삼성물산보다 높아야 지배력 강화가 이뤄질 수 있었다.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이후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형성됐고 이 부회장은 0.70%의 지분만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총수가 됐다.
또 삼정회계법인의 보고 문건은 삼바의 분식회계를 뒷받침 하는 '스모킹 건'으로 분류된다. 삼바는 제일모직의 계열사였던 곳으로 자본잠식을 숨기기 위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조항을 제일모직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계처리 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삼바가 1조8000억원 상당을 부채로 잡고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부풀려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어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수차례 번복됐고 12명의 회계 전문가들도 회계 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법원도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공소 내용은 증거와 법리에 기반 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니”라며 “증거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검찰이 이번 기소를 위해 작성한 공소장 분량은 437권 분량의 21만4000여 쪽에 달한다. 공소장 분량이 막대한 만큼 1심 판단 이후 상고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수년 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