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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FE워치]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과 합병 않는 까닭은?

정의선 2대 주주 기업 현대ENG, RFP 보내 기업공개 본격화
총수 구속으로 연결된 삼성물산 문제로 걸설과 합병 포기한 듯

[FETV=김현호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코스피 입성을 노린다. 당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단독으로 기업을 공개하는 직상장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상장작업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신호탄’으로 평가되는 만큼 정 회장이 ‘반쪽 총수’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 7위 현대엔지니어링, IPO 본격화=현대엔지니어링은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에 보냈다. RFP는 발주자가 기업공개(IPO)를 위해 증권사에 기대성과, 목적, 요구사항 등을 제안하는 문서를 말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2020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7위를 기록한 건설사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7조1884억원, 영업이익은 2587억원을 기록했고 시공능력평가액은 7조6770억원이다. 자산총액은 5조8779억원이며 주요 사업은 플랜트·인프라와 건축·주택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통상 RFP 발송부터 상장까지 6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시점은 올해 3분기로 예상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음 달 초 주관사단을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기업 투명성과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상장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IPO로 정의선 지배력 확대까지 이어질까=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0월,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회장 직함을 물려받았고 다음 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동일인으로 인정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계열사의 보유 지분이 낮아 ‘반쪽’ 총수에 그쳐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크게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으며 주요 대기업 가운데 순환출자 구조를 유일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순환출자는 낮은 지분으로 기업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부실 계열사가 발생할 경우 지배력이 흔들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공정당국도 순환출자는 오너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막대한 이익을 취득할 수 있다며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지주사 체제 구축을 위해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킨 이후 정의선→현대모비스(존속법인)→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당시 분할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등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모비스가 중심을 이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주회사가 그룹의 중심이 되는 만큼 정의선 회장이 모비스의 지배력을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는지가 그룹의 최대 과제로 분류된다. 현재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 지분은 0.32% 뿐이다.

 

 

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현금이 필요한 만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요 계열사를 통한 재원 확보 가능성을 꾸준하게 제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을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방안도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였다. 현대엔지니어링보다 현대건설의 가치가 높은 만큼 합병 시너지로 정 회장의 지분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엔지니어링의 상장 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상장사(삼성물산)와 비상장사(제일모직)간 합병은 0.35:1의 비율로 마무리됐는데 제일모직의 1주가 삼성물산의 3배 가치로 책정돼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큰 삼성물산이 손해를 봤다며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당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또 회사 규모를 고려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별도기준, 현대건설의 자산은 11조9052억원으로 현대엔지니어링에 비해 2배 이상 앞서고 시공능력평가액도 5조원 이상 높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몸값이 IPO 프리미엄과 장외주가를 고려해 최대 10조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이 5조원 대인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DL그룹)도 올해 초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자 이해욱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DL과 대림간 합병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삼성물산 여파로 흐지부지 됐다”며 “현대건설과 엔지니어링의 합병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