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SK건설은 지난 2018년 라오스댐 붕괴로 56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반토막 났지만 2019년에는 4338억원의 흑자를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안재현 사장은 임기 3년을 다시 보장받은 지난해 다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업보고서 뜯어보니...실적 악화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건설은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8조7115억원, 영업이익은 2848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대비 각각 4.1%, 34.3% 이상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4.7%에서 3.2%로 하락했다. 또 장기차입금이 45억원에서 5406억원으로 확대되자 부채비율은 277%에서 432%까지 폭등했다.
차입금이 상승한 이유는 공사미수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유동성 확보가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SK건설의 공사미수금은 지난 2019년 1932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222% 이상 오른 6233억원에 달했다. 경기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M16 반도체 공장에서만 4170억원이 발생했다.
매출총이익은 퇴지급여가 전년대비 큰 폭으로 반영되면서 15.9%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SK건설은 총 12명의 임원이 퇴임했는데 이 가운데 조기행 전 부회장은 퇴직금으로 가장 많은 38억9900만원을 수령했다. 또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00억원 흑자에서 512억원이 유출됐고 당기순이익은 56.5% 줄어든 1054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이유는 종속기업에서 손실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SK건설이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펜타포트개발은 2019년 -7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38억원까지 손실이 확대됐다. 또 플랜트건설 배관제작을 목적으로 설립된 SKE&C는 21억원에서 3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충주메가폴리스㈜는 95억원에서 -32억원, SBC는 90억원에서 -41억원으로 모두 적자전환됐다.
![블룸SK퓨얼셀 제조공장 전경. [사진=SK건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413/art_16173227103095_82630e.jpg)
◆성장동력 변화하는 SK건설, 체질개선 성공할까=최근 기업들의 트렌드는 환경보호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및 윤리경영을 뜻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재무성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ESG 중심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재현 사장도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ESG는 시대적 요구이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경영의 새로운 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SG의 전제 조건이 안전인 만큼 세이프티 플랫폼(Safety Platform)을 강화하고 이와 관련해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건설업의 틀을 깨고 국가대표 친환경 기업이 되기 위한 새로운 도약의 한 해를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SK건설은 지난해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과 1조원을 들여 ‘EMC홀딩스’를 인수하며 친환경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EMC홀딩스는 전국 970개의 수처리시설과 폐기물 소각장 4곳, 매립장 1곳을 운영하며 하·폐수 처리부터 폐기물 소각·매립까지 전 환경산업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환경플랫폼 기업이다. SK건설은 EMC홀딩스의 사업을 기반으로 기존 플랜트 및 인프라 현장과 접목한 신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월에는 에코비즈니스(환경), 에코에너지(신에너지), 에코솔루션(건설)으로 사업부를 세분화해 ESG경영을 본격화했고 그룹 계열사와 다르게 석탄사업으로 불발된 ‘RE100’ 가입도 노리고 있다. RE100이란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으로 대기 환경 개선을 위한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주요계열사들은 정유, 화학, 반도체 등 수처리와 폐기물 처리를 필요로 하는 사업군이 많다. 위탁처리를 맡겨왔던 이들 기업의 일감을 SK건설이 확보한다면 친환경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발전용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하는 신에너지 사업은 파트너사인 미국의 블룸에너지와 함께 가시적인 성과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SK건설은 블룸에너지와 단독 주기기(원자로·증기·터빈설비) 공급협약으로 3년 만에 매출이 5000억원으로 늘어나 가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SK건설은 지난해 10월 블룸에너지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국산화를 위해 블룸SK퓨얼셀이라는 합작사를 설립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