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한국타이어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을 펼치는 한국앤컴퍼니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30일 표대결에 나선다. 지분은 동생인 조현범 사장이 앞서지만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할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로 주주총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조 부회장이 다른 보직에 대한 입장을 밝힐 지도 관심거리다.

◆지주사·계열사 동시에 주총…주주들의 선택은?=한국타이어 총수 일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그룹 본사에서 경영권을 두고 표대결에 들어간다.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는 각각 오전 9시, 오후 1시30분 주총을 개최하기로 했다.
조현식·조현범 형제가 각각 추천한 이사들이 주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가 이번 주총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조현식 부회장은 이한상 고려대학교 교수를, 조현범 사장은 김혜경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를 각각 한국앤컴퍼니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한 상태다.
조현식 부회장은 김혜경 교수를 두고 감사위원회 후보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부회장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대주주와 경영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개정된 상법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여성가족비서관을 역임했는데 조현범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이유로 독립성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당초 형제간 맞대결은 조현범 사장이 부친인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전량 넘겨받아 조현식 부회장이 패할 수밖에 없었다. 조현범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은 42.9%인 반면,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은 19.3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가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선 3%까지만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을 지난해 통과시키면서 경영권 분쟁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다른 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예정이다. 형제를 제외한 한국앤컴퍼니의 주요주주는 조 회장의 차녀인 조희원(10.82%)씨와 국민연금, 소액주주(22.61%)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21%의 지분을 보유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이 보다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의 주주사항에 국민연금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상법상 지분이 5% 미만일 경우 별도의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이번 주총서 조현범 사장은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26일, 조 부회장이 제안한 후보에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수탁위는 이와 관련해 “감사위원에게 요구되는 감시·감독 기능 강화라는 측면에서 주주제안에찬성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의결권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조 부회장의 제안에 찬성을 권고했다.
감사위원회 위원은 해당 회사의 경영진을 감사하고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으며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는 권한 등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감사위원회는 위원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순기 전 서강대 교수와 전병준 전 매일경제 편집국장, 김한규 허마너스 파트너스 대표이사 등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징역선고 받고 복귀노리는 조현범, 이사직은 유지하는 조현식?=조현범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자 지난해 6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되자 같은 해 11월에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현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에 복귀하며 그룹 장악에 나섰다.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 사내이사 연임에 도전하며 완전한 복귀를 노리고 있지만 안갯속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8.6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반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수탁위는 이와 관련해 “조현범 사장을 선임하는 안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이력을 이유로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한국타이어의 주요 주주로는 한국앤컴퍼니(30.67%), 조양래 회장(5.67%) 등이다.
조현식 부회장은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겸임하고 있는 다른 직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조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주주들이 일치단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대표이자 대주주 중 한 명으로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 보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스스로 진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더군다나 회사 명의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법률 자문을 받는 로펌을 통해 통보하면서 경영권 ‘리스크’를 오히려 키우게 됐다. 한국타이어 측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 부회장 측은 "어떤 직함에도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개인의 의사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주총 이후 회사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