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신동원 농심 부회장을 비롯한 유가족이 고 신춘호 회장의 입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분향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농심]](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312/art_16169395366323_5fef1a.jpg)
[FETV=김윤섭 기자] 27일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세상을 뜨면서 반세기 넘게 이어지던 농심가(家)와 롯데가의 묵은 앙금이 풀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기업의 갈등은 56년 전인 196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춘호 회장은 1965년 라면 사업 추진을 놓고 형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갈등을 겪은 끝에 라면업체 롯데공업을 설립하며 독립했다. 그러다가 신격호 회장이 롯데 사명(社名)을 쓰지 못하게 하자 아예 19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롯데와 결별했다.
이후 두 형제는 왕래를 끊고 가족 모임에도 서로 참여하지 않는 등 반세기 넘도록 앙금을 이어왔다. 지난해 1월 신격호 회장이 별세하고, 전날 신춘호 회장도 영면에 들면서 형제는 끝내 생전에는 화해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신격호 회장 별세 당시 신춘호 회장의 조문 여부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지만, 그는 결국 형의 빈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조문했다.
이번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신춘호 회장의 빈소에는 범롯데가 일원이 집결하면서 재계에서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두 가문이 화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나란히 조화를 보내 조문을 대신했다. 신동빈 회장의 조화는 고인의 영정 옆에 자리 잡았다. '롯데 임직원 일동' 명의의 조화도 도착해 빈소 외부 한편에 놓여 눈길을 끌었다.
고인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롯데가(家) 장녀'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조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등 범롯데가 일원들도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장례 이틀째에는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2주간의 자가격리 때문에 현실적으로 신동빈 회장의 귀국 조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송 부회장이 신 회장 대신 롯데그룹을 대표해 조의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도 전날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신격호·신춘호 두 창업주가 1년 차이를 두고 세상을 뜨면서 롯데그룹과 농심 모두 2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게 됐다.
롯데그룹은 2015년 '왕자의 난'에서 승리한 신동빈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당시 그룹 경영권을 두고 형 신동주 회장과 경쟁한 끝에 한일 경영권을 모두 장악했다.
농심은 롯데와 달리 일찍이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후계자로 점찍어진 상태였다. 그는 1997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2000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농심 경영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농심의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그의 농심홀딩스 지분은 42.92%다.
신춘호 회장의 다른 두 아들인 동윤·동익 씨는 각각 율촌화학 부회장과 메가마트 부회장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한편 신춘호 회장의 빈소에는 이틀째 여러 재계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입관식에는 고인 부인인 김낙양 여사가 참석했고 몽규 HDC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 조화로 고인을 애도했다.
막내 사위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이틀째 빈소를 지켰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등과 함께 조문을 받았다.
서 회장 첫 째 딸인 서민정 뷰티영업전략팀 과장·홍정환 부부도 고인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홍씨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큰 아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 신춘호 농심 회장 빈소에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사진=농심]](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312/art_16169395791428_cfdcae.jpg)
고인 입관식은 이날 낮 12시30분부터 2시까지 진행됐다. 부인인 김낙양 여사는 오전 11시40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맏며느리인 민선영씨와 손녀 신수정씨 부축을 받고 입관식에 참석했다.
막내 사위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이틀째 빈소를 지켰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등과 함께 조문을 받았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과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등도 화환으로 애도했다.
조훈현 국수(바둑기사 9단·전 국회의원)도 9시20분경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조 9단의 조문은 신 회장과 생전 세계 대회인 '농심배'와 '백산수배'는 물론 '한·중·일 시니어 바둑 최강전' 등 다양한 대회를 개최하며 바둑 발전에 기여하며 인연을 맺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공식 조문 시간인 오후 9시가 넘은 시간에 빈소를 방문, 고인을 추모한 뒤 유가족들과의 간단한 담화를 나눴다.
최 회장은 장례식장을 떠나며 "신동익 부회장과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로 신 회장님은 고등학교때 많이 봤던 사이"라며 "그때 잘못한 것이 있어 야단 맞은 기억이 있다. 신 회장님이 돌아가셔서 많이 아쉽다. 오늘은 신 부회장의 친구 입장으로 왔다"고 짧게 말했다.
신춘호 회장은 27일 오전 3시38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농심그룹은 창업주인 고인을 기리기 위해 4일간 '농심그룹 회사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발인은 30일 오전 5시, 장지는 경남 밀양 선영이다.
상주로는 신 부회장과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신윤경씨 3남 2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