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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식품업계 큰 별 지다"...'라면왕' 신춘호 농심 회장 향년 92세로 타계

자본금 500만원으로 2조기업 농심 신화 일궈
신라면,새우깡 등 탁월한 마케팅능력으로 식품업계 이끈 대부

 

[FETV=김윤섭 기자]농심 창업주인 ‘라면왕’ 신춘호 회장이 27일 92세로 별세했다. 

농심은 신 회장이 이날 오전 3시 38분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최근 병세가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최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56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다. 농심은 지난 25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아버지의 몸 상태가 굉장히 안좋은 상황"이라며 "입원해 계시는데, 구체적인 상태에 대해선 말하기 곤란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 회장은 1932년생으로 올해 92세인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세계 5위 라면 회사 농심과 국내 라면 시장을 키운 장본인이다.

 

신 회장은 일본롯데 이사로 재직하던 지난 1960년대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의 라면 사업 만류를 무릅쓰고 1965년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을 세웠다.

 

롯데공업은 1966년 1월 자본금 500만 원으로 대방공장을 준공하면서 본격적으로 라면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신 회장은 1978년 기업명을 ‘농심’으로 바꿔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롯데그룹에서 독립했고 1992년 농심이 그룹 체제로 전환되면서 회장직에 오른 뒤 등기이사직을 수행해왔다.

 

신회장과 농심은 1970년대 닭고기 육수 라면이 주목받던 국내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지 못하다가 소고기육수 소고기 육수를 사용한 ‘소고기라면’으로 승부수를 던져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를 줄줄이 내놓으면서 히트시켰다.

 

특히 1986년 출시 후 현재까지 라면시장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신라면’이 신 회장의 뚝심의 결실이다. 매운맛이 너무 강하다고 우려하던 개발팀에 신 회장은 “천편일률적인 라면시장에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밀어붙였고, 신라면이라는 이름도 스스로 지었다. 지금은 100여개가 넘는 국가에서 팔리고 있다.

 

신회장의 또다른 별명은 네이밍의 신이다. 상품명부터 광고카피까지 그의 아이디어가 거치치 않은 제품을 찾기 힘들 정도다. '너구리 한마리 몰고 가세요'나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같은 광고 카피가 대표적인 그의 아이디어다.

 

농심의 히트상품 대부분이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광고카피를 가지고 있다. '내입의 안성맞춤',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손이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요' 등 중독성있는 광고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신 회장은 본인을 라면쟁이라고 부르며 라면 개발에 힘을 쏟았다. 라면을 처음 출시하던 1968년부터 라면 연구소를 세웠고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했다. 덕분에 농심은 1985년부터 국내 라면시장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신 회장의 도전정신은 국내 최초의 스낵 ‘새우깡’도 탄생시켰다. “자꾸만 손이 간다”는 노래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새우깡의 이름은 신 회장의 딸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유명하다. 딸이 노래 아리랑을 ‘아리깡’이라고 부른 데서 ‘새우스낵’ ‘새우튀밥’ 등을 제치고 새우깡이란 이름을 떠올려 출시했다.

 

신 회장의 뚝심은 농심의 전성기로 이어졌다. 농심은 지난해 매출 전년 대비 12.6% 증가한 2조6398억원, 영업이익은 103.4% 오른 1603억원을 달성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해외 매출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형인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는 앙금을 풀지 못한 채 사별했다. 두 사람은 함께 롯데를 일구다 신 회장의 라면사업 도전에 형이 반대하면서 이를 계기로 갈라섰다. 형이 롯데 사명을 쓰지 못하게 막자 지금의 농심을 새로운 사명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신 명예회장이 작고하면서 신 회장의 조문 여부가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극적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끝내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장남 신동원 부회장과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대신 빈소를 지켰다.

 

신 회장은 슬하에 3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신 부회장이 농심을,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을,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를 맡고 있다. 신 회장의 별세로 신 부회장이 곧 농심 차기 회장에 오를 전망이다.

신 회장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차려진다.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5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