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정경철 기자] 국내 IT업체들이 구글이 제시한 수수료 인하안에 대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여의도 정치권을 향해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일단 수수료가 내려가는것이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수수료 부과에 대해 시쿤둥한 반응이 지배적이다. 구글이 사실상 그동안 무료 운영해온 앱에 대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수수료 정책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올해 7월부터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콘텐츠나 게임 아이템 등을 구매 시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의 결제 수수료를 조정한다고 최근 밝혔다. 연매출 100만달러(한화 약 11억원)까지는 15%, 해당 매출 초과하는 매출분에 대해서는 30%를 부과해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안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 인하결정과 맞추어 구글이 국내 개발업계 대상 '눈치보기'를 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올해 1월부터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를 15%로 인하했다. 하지만 애플측은 이같은 요율의 결재 수수료를 100만달러 이하 기업으로만 한정했다. 예컨데, A회사가 앱을 개발해 300만 달러(약 33억)의 매출을 기록했을 경우, 애플 앱스토어는 A사의 매출이 100만달러 이하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전체 300만달러에 대해 30%를 부과한다.
반면 구글은 A사의 매출중 100만달러 이하에는 15%, 초과분에는 30%를 메긴다. 평균 수수료율이 24.5%로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구글 측은 "전세계 개발사의 99%가 구글플레이 연매출이 100만달러를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늘어난 앱 사용량에도 전세계 앱 가운데 매출이 100만달러가 넘는 경우는 대략 1% 정도만 해당된다는 게 구글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런 수수료 인하조치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글로벌 게임시장에 진출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N은 이미 국내외에서 매출순위 1위를 기록한 만큼 7월부터 해당 수수료 조정이 이루어져도 5.5%보다 낮게 책정되는 등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평균의 함정일뿐 실제 매출이 높을수록 평균 수수료율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모바일 앱 마켓을 지배중인 사업자들이 앱개발사에게 자사의 결제 수단만 강제하고, 독과점의 폐해로 앱마켓 시장 생태계의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고있다는게 IT업계의 지적이다. 양대 마켓이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결제수수료를 멋대로 조정하는 등 이 피해가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돌아온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구글 스토어 수수료 사태가 다시한번 붉어지며 22일 더불어민주당 홍정민·한준호 의원은 구글 인앱결제 관련 긴급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는 구글이 지난해 수수료율 30%를 그대로 둔 채 모든 구글플레이 유통 앱에 인앱결제를 강제하겠다는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상황과 맞물린다. 구글은 당시 ‘수수료 갑질’ 논란으로 국내 앱 개발업체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거기에 정치권이 합세, '일방적 통행세 부과'를 막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하는 등 불꽃이 튄 전례가 있다.
앱 개발 중소기업의 경우 "희소식"이라고 전하지만 "씁쓸함"을 감출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대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유통되다보니 독과점의 폐혜는 여전히 위협적인 수준"이라고 전했다. 당장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제외하곤 방법이 없다는게 문제다. 각 이통사들의 투자로 '원스토어'가 '한국형 앱 마켓' 공략이 본격화 되었지만 당장은 요원한 상황이다. 출시를 앞두고 구글과 애플의 스토어 심사를 받는것은 개발사들의 마지막 기본 프로세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