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을까.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19일까지 신 회장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 투자청 등 재무적투자자(FI) 간 국제상공회의소(ICC)가 주관하는 중재소송 2차 청문이 진행된다. 지난해 9월 1차 청문회가 시작된 이후 6개월 만이며, 중재소송이 처음 제기된 시점으로부터는 만 2년 만이다.
이번 청문에서 신 회장과 FI는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의 유효성과 가격 적정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도 직접 중재재판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ICC 중재재판 결과는 마지막 변론 후 통상 6개월 후에 나온다. 이에 빠르면 오는 9월 정도면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년여에 걸친 '2조원대 중재소송'도 끝나게 된다.
이번 청문절차가 주목되는 이유는 소송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이 커다란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재'재판이지만 그 결과가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중재재판 결과는 당사자 간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효력을 지닌다. 한번 결론이 나면 취소하거나 재조정할 수 없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FI가 행사한 풋옵션의 유효성과 가격의 적정성 여부다. 신 회장은 FI의 풋옵션 행사가 유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과 FI가 주장하는 풋옵션 '적정 가격'은 80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9월 FI에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1조2054억원에 넘기면서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FI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9월까지 3년이 지나도록 교보생명 이사회가 IPO 결정을 보류하자 FI는 그해 10월 신 회장에게 자신들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되사가라는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때 FI가 제시한 풋옵션 행사 가격은 2조원이 넘는 2조122억원이다. 신 회장이 6년 전 FI에게 지분을 넘길 때와는 8068억원 차이가 나는 셈이다. 행사 가격에 이견이 있는 이유는 양측의 주당 평가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FI는 주당 40만9000원으로 책정한 반면 신 회장은 20만원 수준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 회장이 응하지 않자 FI는 2019년 3월 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FI 관계자는 "풋옵션 가격의 경우 신 회장은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투자자측에 어떤 가격도 제출·제안한 적이 없다"면서 "교보생명이 자체적으로 매년 평가해 작성한 회사의 내재가치가 40만9000원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해당 가격 산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중재소송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이 8000억원 이상의 큰 손실을 입는 것은 불가피하다. 신 회장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FI에 맞서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ICC에 FI가 주장하는 풋옵션이 유효한지와 풋옵션 가격 산정 방식을 따로 나눠서 판결해 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풋옵션 가격을 산정한 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기구와 국내 검찰에 고발했다. 단순히 풋옵션 행사가격이 높은 것을 넘어 유효한지부터 전면 재검토 하겠다는 의미다.
만일 중재재판에서 FI의 주장대로 풋옵션은 유효하며 2조122억원의 행사가격이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신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33.78%)을 매각해야 FI가 원하는 금액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재소송이 교보생명 차원이 아닌 신 회장 '개인' 자격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신 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교보생명은 상황을 주시하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신창재 회장 개인 사안인 만큼 교보생명 차원의 입장이나 향후 계획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