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미래에셋대우가 오는 24일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의 의결을 통해 '미래에셋증권'으로 새 출발할 예정이다.
이번 사명 변경은 미래에셋그룹 차원의 브랜드파워 강화를 위해 결정됐다. 현재 미래에셋대우의 해외법인은 ‘미래에셋시큐리티즈’ 또는 ‘미래에셋웰스매니지먼트’를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국내·외 브랜드를 통일해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로써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한 지 5년 만에 ‘대우’ 간판을 내리게 됐다. 대우증권은 수많은 인수합병의 역사 속에서도 '대우'라는 이름을 지켜 왔다. 1970년 설립된 동양증권을 1973년 대우실업이 인수해 대우그룹 소속이 되면서 1983년부터 '대우증권'으로 표기됐다. 2000년 한국산업은행 품에 안긴 후에도 'KDB대우증권'으로 고치는 데에 그쳤다. 대우증권 출신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도 재계에서는 대우그룹 계열사 직원들을 ‘대우맨’으로 일컫는다. 대우증권도 '증권사관학교'로 불리며 여의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금융권 곳곳에서 활동 중인 대우증권 출신으로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 신재영 한국포스증권 대표가 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대우증권 출신으로 미래에셋대우의 사장직까지 올랐다. 합병 당시 대우증권보다 규모가 작았던 미래에셋이 독보적인 인지도를 자랑했던 대우증권의 위상을 필요로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고객자산규모 132조원과 자기자본 9조2000억원을 자랑하는 명실 공히 탑티어 증권사로 자리 잡았다. 작년에는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며 산업군을 선도하고 있다. 더 이상 대우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셈이다.
그동안 대우증권 출신 이사진의 숫자도 줄었다. 지난해에는 IB 인력을 중심으로 부서 전환 배치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이 미래에셋대우의 핵심 사업부에서 고객솔루션본부 및 고객자산관리파트 등으로 이동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대우 지우기’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출신과 상관없이 코로나19 여파에 IB 사업이 전면 중단되고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입장이었다.
대우증권 출신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가 바뀌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간판을 바꿔 다는 것에 대한 허탈감으로 풀이된다. 앞서 2019년 포스코대우가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출범할 당시에도 대우맨들의 반발이 컸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세워 사명 통일화를 진행해 온 결과”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원활히 사업을 전개하고자 내린 결정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브랜드 사용료를 미래에셋과 대우에 이중으로 지불해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대우 브랜드는 포스코인터네셔널과 공동 소유하고 있어 별도 비용 지급 없이 상표를 사용해 왔다”며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