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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女風 분다는데"...대기업 직원 성비 불균형 여전

CXO연구소, 국내 30대기업 1999년 대비 2019년 직원 성비 및 임금 분석
20년 새 여직원, 5만 5597명→10만 8877명 증가…비율은 15%→20%로
여직원 평균 보수는 남직원의 70% 하회

 

[FETV=김창수 기자] 국내 주요 30대 기업의 남녀별 고용 비율은 전체 직원 100명 중 남성 직원이 80명일 때 여성은 20명에 불과해 대기업도 성비(性比)에 따른 고용 불균형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여성 직원이 받는 연간 평균 보수는 남성 대비 70% 미만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주요 30개 대기업의 1999년 대비 2019년 남녀 성비 및 평균 보수 변동 현황 분석’에서 이 같은 결과를 보였다고 8일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은 매출 상위 상장사 중 1999년과 2019년 남녀 직원 성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대기업 30곳으로 제한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 1999년 당시 조사 대상 30대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37만 362명, 2019년에는 54만 5087명으로 20년 새 고용이 17만 명(47.2%) 이상 늘었다. 이중 남직원은 31만 4765명에서 43만 6210명으로 12만 1445명(38.6%↑) 증가할 때 여직원은 5만 5597명에서 10만 8877명으로 5만 3280명(95.8%↑) 많아졌다. 성별 고용 증가율만 놓고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배 이상 높았다.

 

30대기업의 남녀별 고용 격차는 1999년 당시만 해도 85:15 수준이었다. 20년이 흐른 2019년 남녀 성비는 80대 20으로 달라졌다. 여성 직원 비율이 높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국내 대기업에서도 남성 직원 선호도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30대기업의 20년 간 여직원 고용은 회사별로도 편차가 컸다. 1999년 대비 2019년에 여직원 수가 1000명 넘게 늘어난 회사는 30곳 중 9곳이었다. 이중 삼성전자가 9894명(1999년)에서 2만 7334명(2019년)으로 20년 새 1만 7440명으로 여성 인력을 가장 많이 충원했다. 삼성전자는 1999년과 2019년 모두 국내 기업 중 여성 고용 인력 규모가 가장 컸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도 1만 4704명(1999년 2693명→2019년 2만 7334명)이나 여직원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이외 대한항공(4505명), 한전(4147명), LG디스플레이(3258명), 아시아나항공(2257명) 등도 20년 새 여직원을 2000명 이상 늘렸다. 이들 기업은 평균 매년 100명 이상의 여성 인력을 뽑아 여성 인력 자리 창출에 앞장선 기업군에 속했다.

 

반면 KT는 1999년 당시 8355명이던 여직원이 2019년에는 4080명으로 20년 새 여성 일자리가 반 토막 났다. 이외 삼성전기 888명(3621명→2733명), 현대건설 494명(1128명→634명)도 100명 이상 여직원 수가 감소했다.

 

 

전체 직원 중 여성 직원 비율 증감 현황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달랐다. LG디스플레이는 1999년 때만 해도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34.6%였다. 그런데 20년이 흐른 2019년에는 16.1%로 여성 인력 비율이 다소 축소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 13.7%P(1999년 37.5%→2019년 23.9%), 삼성물산 8.1%P(28.9%→20.8%), 삼성SDI 6.7%P(20.7%→14%), SK하이닉스 6.4%(42.7%→36.3%) 순으로 남직원 대비 여직원 비율이 20년 전보다 후퇴했다.

 

이중 삼성물산은 20년 새 제일모직 등과의 합병 이슈가 있었고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산업을 인수하며 주인이 바뀌었다. 합병과 인수 과정 등을 거치며 오히려 여직원 비율이 하락한 셈이다.

 

한편 조사 대상 30대기업 중 2019년 기준 여성 고용 비율이 50%를 넘는 곳은 롯데쇼핑(68.8%)과 아시아나항공(52.7%) 두 곳이었다. 20년 전인 1999년에는 롯데쇼핑이 59.4%로 30대 기업 중 유일하게 여직원 비중이 50%를 넘었다.

 

◆ 남성(100) 연봉대비 여성 임금, 남직원 보수의 70%↓

 

조사 대상 30대기업 남직원의 1인당 평균 연간 보수를 100%라고 할 때 여직원 급여 수준은 1999년 65.8%에서 2019년 66.7% 수준으로 소폭 높아졌다. 20년 전이나 최근이나 남직원 임금의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1999년 당시만 해도 조사 대상 30개 대기업 중 남직원 대비 여직원 임금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모비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회사 남성 직원이 평균 20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 직원은 1800만 원 수준이었다. 남성과 여성 직원의 보수는 100대 90 수준으로 거의 대등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88.5), 현대건설(85.4), KT(84), 고려아연(80.4), 대한항공(80) 등은 여직원 보수 비율이 80%를 상회했다.

 

이와 달리 20년이 지난 2019년에는 여직원 임금이 남직원의 80% 이상 유지하는 곳은 6곳에서 2곳으로 감소했다. KT가 100대 86.2 수준으로 그나마 가장 높았다. 이 회사는 2019년에 남자 직원이 평균 87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은 7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에서 사명을 바꾼 기아도 100대 82.8로 여직원 보수가 80%를 상회했다. 남직원 평균 급여가 8700만 원일 때 여직원은 7200만 원 수준을 유지했다.

 

 

1999년 대비 2019년에 남성 직원에게 준 급여 대비 여성에게 지급한 보수 비율이 크게 높아진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꼽힌다. 이 회사는 인수 이전인 1999년 현대전자산업 당시에는 여직원 보수 비율이 남성의 53% 수준이었지만 SK그룹으로 편입된 2019년에는 72.2%으로 크게 상승했다. 20년 새 여직원 보수 비율이 20%P 가까이 상승했다. 20년 전보다 남성대비 여성 고용 비율은 다소 낮았지만, 여직원 급여 대우는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어 기아 18.7%P(1999년 64.1%→2019년 82.8%), 한전 14.3%P(62.8%→77.1%), 현대차 13.7%(64.6%→78.4%) 등도 20년 전보다 여성 연간 보수 비율이 높아진 그룹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별도로 조사 대상 3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제출하는 회사 10곳의 여성 육아휴직 후 복귀 비율은 평균 94% 수준으로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S-오일은 여직원 육아휴직 후 복귀율이 100%였다. 한전(99.3%), SK하이닉스(98.4%), LG디스플레이(96.4%), 기아(95.1%), 삼성전자(93.7%), 대한항공(93%) 순으로 높았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최근 ESG경영이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조직 운영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중요해지다 보니 남성 대비 여성 인력 비중과 급여 수준에 대한 부분도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경영진들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여성 고용 비율과 임원 증가, 임금 수준을 남성 대비 어느 정도 비율로 맞춰 나갈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더불어 “인구 감소 추세에서는 여성의 인적 자원은 매우 중요해진다.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회사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여건을 형성해주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