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10만 전자 기대했는데 8만 전자를 못벗어나네"
삼성전자 주가가 기대와는 다르게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특수와 잇따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업계의 주문 소식에 시장 기대치를 높였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IM, CE부문이 1분기 실적을 방어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한 악재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서버업체들의 수요증가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반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만원 간다고 했는데...뒷걸음치는 삼성전자=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일, 8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보다 400원 오른 수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10만 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정했던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주가와 비교해도 삼성전자의 최근 흐름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 3일 기록한 주가는 14만7000원으로 전날보다 2500원 상승했다. 올해 첫 거래일보다 17% 오른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2% 상승하는데 그쳤다.
당초 삼성전자 사업부는 잇따른 호재로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갤럭시S21은 출시 10일 만에 전작인 갤럭시S20보다 국내 판매량이 30% 증가했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국내 판매량이 4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가전사업은 QLED TV 판매 호조로 양호한 실적이 전망됐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글로벌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는 인텔의 외주생산 시사와 AMD의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소식이 더해졌다. 삼성전자가 사활을 걸고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산업에 신규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던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는 반도체분문에서 악재가 겹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 신규 Fab(공장) 초기 비용증가와 미국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시스템 LSI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도 믿을건 반도체...삼성전자, 대호황에 웃는다=스마트폰과 가전사업이 반도체 사업의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비관적인 분석도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인기와 중화권 업체들의 가성비 전략으로 갤럭시S21은 큰 인기를 끌지 미지수”라며 “TV부문도 LCD 패널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두 사업의 ‘바통’은 반도체가 이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윈도우가 출시된 1995년과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 클라우드 성장이 이뤄진 2018년에 이어 네 번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공장의 정전사고 등으로 초반부터 악재가 이어졌지만 반도체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대만의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의 현물 가격(평균가)은 1일 기준 4.3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4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현물가는 고정가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돼 반도체 제조업체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반도체 수출액은 2018년(1267억 달러) 이후 두 번째로 높은 1075~11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의 양대산맥인 낸드플래시도 높은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연평균 18% 성장해 2023년에는 92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560억 달러)보다 6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삼성전자가 1분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공급 증가량)를 10%로 제시했는데 이는 전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스마트폰, PC, 콘솔 게임 수요 증가가 낸드 수요를 회복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