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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몸값 5조’ 이베이코리아 M&A시장 등장...이커머스 판도 재편 신호탄될까

G마켓·옥션·G9 운영, 인수시 이커머스 시장 재편 가능성↑
이베이코리아 수장 교체...변광윤 대표 떠난다
이베이코리아 거래액 약 17조 규모...매년 흑자
영업이익률 감소세, 쿠팡 등 경쟁업체 성장세 변수
대기업부터 사모펀드, 해외자본까지 후보 물망

 

[FETV=김윤섭 기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대표하는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등장하면서 코로나19로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이커머스 업계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약 14%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인수 시 단숨에 이커머스 업계에서 상당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G마켓·옥션·G9 운영, 인수시 이커머스 시장 재편 가능성↑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이베이가 한국 사업의 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베이는 "한국 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전략적 대안을 평가, 검토, 타진하는 절차를 개시했다"며 "주주들을 위해 가치를 극대화하고 사업의 미래 성장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사실상 한국 시장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한다. 소문만 무성하던 이베이코리아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셈이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주말쯤 본사가 무언가를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면서 "이베이 본사가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볼 때 매각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설은 수년간 지속됐다. 미국 이베이가 헤지펀드로부터 구조조정의 요구를 받고 있고 아마존과의 경쟁에서도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이베이는 지난 2019년부터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를 공격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스타보드밸류 등은 이베이 지분을 4% 이상 취득한 뒤 자회사 매각과 분사, 구조조정, 이사 파견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베이는 미국 이커머스 업계에서 아마존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아마존의 초강세에 고전하고 있다. 주주들로부터 오픈마켓 서비스에 집중하고 본업과 무관한 자회사를 정리할 것을 제안받은 이베이는 2019년 티켓 판매 플랫폼인 '스텁허브'를 매각한 바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이 실제로 이뤄지며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G마켓과 옥션, G9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 거래액이 19조 원(업계 추산)에 이르는 온라인 쇼핑몰 업계의 '공룡'이어서다.

 

이베이는 2001년 옥션 지분을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베이는 옥션 매입에만 85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 이베이코리아 거래액 약 17조 규모...매년 흑자

 

통계청이 집계한 2019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35조 원 규모로, 이베이코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이른다. 같은 해 이베이코리아 매출은 1조954억 원으로 사상 첫 1조 원을 돌파했으며 2020년에도 1조 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615억 원으로, 국내 온라인쇼핑몰 업계서 유일하게 15년 연속 흑자 기록을 세웠다. 쿠팡과 티몬, SSG닷컴 등 경쟁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여전히 영업적자 상태다.

 

소비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지금,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선두 위치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15년 연속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점도 5조원이라는 높은 몸값을 평가받은 요인으로 꼽힌다.

 

조용선 SK증권 애널리스트는 “2018년에 투자금을 받았던 11번가는 당시 연 거래액에 0.24배를 적용해 2조2000억원이라는 가치를 받았다”면서 “쿠팡은 1.4배, 위메프는 0.5배로 적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적정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까지 쿠팡, 11번가, 위메프, SSG닷컴 등을 제치고 국내 온라인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쿠팡이 1위로 추정됐다.

 

이베이코리아의 덩치를 고려할 때 누구 손으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인터넷 쇼핑몰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선두권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는 매각가를 5조원 이상으로 제시하며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해 국내외 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을 상대로 매수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유통 대기업과 해외 사모펀드, 해외 이커머스 업체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지만 높은 몸값과 온라인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영업이익률 감소세, 쿠팡 등 경쟁업체 성장세 변수

 

이베이코리아가 여러 강점을 지니고 있는 데도 유력 후보들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5조원이라는 몸값과 수익성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는 매년 흑자를 내고는 있지만,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영업이익률이 계속 감소세이기 때문이다. 최근 3년 거래액은 약 17조원 선에서 정체 중이고, 이익률은 2015년 10.0%에서 2016년 7.7%, 2017년 6.5%, 2018년 4.9%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6년 670억 원에서 2018년 485억 원까지 떨어졌다.

 

또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 형태의 사업 경쟁력이 더 이상 성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매각에 있어 불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마켓컬리를 시작으로 새벽배송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쿠팡, SSG닷컴 등은 직매입 또는 물류·배송 인프라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온라인 시장의 판도를 이끌고 있다.

 

반면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과 옥션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고, 중간에서 판매 수수료를 받는 것이 사업모델로 하고 있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더라도 경물류센터, 풀필먼트 서비스, 신선식품 온라인물류 센터 등에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이에 롯데·신세계 등 자체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자체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의 높은 거래액은 장점이지만 사업 모델은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만약 매각이 성사된다면 인수주체와의 시너지를 위해 강력한 사업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온라인 시장은 지난해부터 일부 업체들의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시장으로 전환됐다. 소비자 구매제품군이 식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관련 인프라 투자가 필요했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유력 후보자들이 소극적 태도로 임하는 만큼 해외기업에 인수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말 법인 체제를 변경한 것도 외국계 기업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식회사 형태를 유지하던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말 유한책임회사로 법인 체제를 변경했다. 유한책임회사는 경영재무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외국계 자회사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는는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진행 중인 검토 상황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일 8년간 이베이코리아를 이끈 변광윤 대표가 물러나고 이베이재팬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전항일 사장을 선임했다.

 

전항일 대표는 2018년 이베이재팬 대표로 취임해 2년 만에 실적을 두 배 이상 성장시킨 인물이다. 특히 전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입사 전 롯데백화점, LG상사, 삼성물산 등 국내 대기업에서도 영업,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역량을 쌓아 온 전문경영인이다. 성장 전략 수립, 신사업 및 신제품 개발, 혁신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