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재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특히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지배력 확대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글로비스를 이용한 지배구조 개편이 어렵게 되면서 정의선 회장의 부담이 가중된 모양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251/art_16079044311575_73bc00.jpg)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공정거래법에 가로막힌 정의선의 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각각 2.62%, 1.74%, 0.32%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약하다는 문제가 꾸준하게 제기됐고 정 회장도 지난 10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핵심 계열사를 인적분할 하거나 정몽구·정의선 부자(父子)가 현대모비스의 자사주를 인수하는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중 정의선 회장이 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개편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배력 확대가 불투명해졌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으로 분류된다. 기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상장사 30%, 비상장사는 20%로 지분을 설정했지만 앞으로 오너일가는 상장여부를 떠나 20%로 지분을 낮춰야 한다. 이번 개정안으로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은 기존 210곳에서 591곳으로 늘어났고 정 회장이 올해 3분기 기준 23.29%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도 이들 기업 가운데 포함됐다. 법 시행 이후에도 지분을 낮추지 않으면 일감몰아주기 대상에 올라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앞으로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팔거나 회사의 내부거래를 변화시켜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되는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되는 기업에 현대글로비스가 해당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사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14조4745억원)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은 21.57%에 달했다. 하지만 기업의 거래구조를 임의적으로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정 회장이 결국 지분을 팔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글로비스와 모비스 합병 시나리오 버릴까=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킨 이후 정의선→현대모비스(존속법인)→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당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며 호소했지만 엘리엇 등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2018년 추진됐던 지배구조 개편안이 재추진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올해 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의 주식을 모두 매각했고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합병 시나리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떨어질 수 있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준비를 다시 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