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최근 증권사들이 듣는 리포트, 사전 기능을 추가한 리포트, 재미있는 제목을 내세운 리포트 등 ‘이색 보고서’를 연이어 발간하고 있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투자자 공략과 뉴 미디어 선호 기조에 발맞춰 증권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 정보 제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팟캐스트 서비스인 ‘들어보고서’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가 경제 이슈와 기업 전망에 대한 내용을 담은 리포트를 읽어 주는 콘텐츠다. 한 회당 평균 5분에 불과한 분량이고, 대화 형식이라 부담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엠팝(mPOP)’을 통해 이용할 수 있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들어보고서의 청취 횟수는 편당 2000회가 넘는다. 지난 18일 업로드된 ‘미리 보는 2021년 주식시장 전망’ 역시 3000뷰를 기록하면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또 다른 음성 투자 정보 서비스로는 경력 10년 이상의 프라이빗뱅커(PB)들이 관심 집중 종목에 대해 분석해 주는 ‘지금! 이 종목‧이 뉴스’, 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지는 ‘핫큐시그널’ 등이 있다.
KB증권은 지난 7월부터 리서치 보고서 내에서 단어의 뜻풀이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단어 사전’을 제공하고 있다. 어려운 전문용어로 가득한 리포트를 읽어야 하는 초보 투자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했다. KB증권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1000개가 넘는 단어를 직접 검수하며 전문성과 이해도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구원의 이름을 전면에 배치한 ‘이그전(이은택의 그림으로 보는 전략)’ 등을 통해 복잡한 자료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멀게 느껴졌던 리서치센터와 투자자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아예 유행어를 삽입해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리포트들도 등장했다. 양지환‧이지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25일 발행한 대한해운 보고서의 제목을 ‘니가 왜 거기서 나와’로 지었다.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나온 자막을 패러디한 것이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자사주 깡패(KT)’, ‘자회사 깽패(SK텔레콤)’. ‘본업 깡패(LG유플러스)’ 등 통칭 ‘깡패 시리즈’를 내놨다. 3000억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 발표, 자회사의 실적 상승, 무선 가입자 순증 최고치 달성 등 호재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뛰어나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깡패에 빗댄 표현이다.
조태나·강석오 흥국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리포트 제목을 ‘1일 1깡 말고 1일 1카카오’로 정했다. 이는 유쾌한 안무로 유명한 가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를 매일 한 번 이상 보고 웃어야 한다는 뜻을 지닌 인터넷 유행어다. 이를 차용해 카카오의 주식 매수를 추천했다.
전례 없는 유동성이 증권 시장으로 모이면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점을 달성(24일 기준 2617.76)하고, 주식 거래량 및 거래 금액 규모가 크게 늘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보여 준 뜨거운 매수세가 활황장을 이끈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 유치를 위한 전략인 동시에 초보 투자자 배려에 방점을 찍은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리포트는 전문투자기관 등에 배포하는 용도였지만 더 이상 기업에만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최근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만큼 초보 투자자들도 리포트를 찾게 됐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투자자들을 위한 양질의 리포트를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여 주고 있는 만큼 리포트 다각화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