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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CEO 리뷰]정의선의 금고지기로 통하는 현대자동차 이원희 사장은 누구?

정세영, 정몽구, 정의선까지... 역사와 함께하는 이원희
국제금융팀장에 재경담당 임원을 거친 현대차 '재무통'
현금 챙기는 이원희, 회사채 발행에 중간배당 까지 중단
지배구조 개편 실패 맛본 이원희, 정의선 시대 열 수 있을까

[FETV=김현호 기자] 이원희 사장은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등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정 회장과 하 사장이 각각 경영과 생산총괄 수장인 반면 이 사장은 기업전략과 재경 등을 총괄하는 사령탑이다. 그는 현대기아차그룹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분류되며 현대차의 글로벌 입지를 굳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84년 현대차에 입사해 3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이원희 사장은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2대 회장 고(故) 정세영 전 회장과 ‘왕자의 난’ 이후 독자 노선을 세운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까지 현대차그룹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현재는 미래차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무상태를 개선하고 정 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살림 걱정하는 이원희... 코로나19에 대규모 충당금까지=이원희 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5년 사이 미국 판매법인 국제금융팀장, 재경담당 임원을 맡았고 2009년에는 현대차 재경본부장에 선임됐다. 2014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이원희 사장은 올해 현대차의 재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딜러망이 붕괴되자 급격한 판매량 감소에 직면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25% 이상 감소했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확보한 현금은 7166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59.5% 이상 떨어졌다. 이는 노조의 역대 최장기간 파업으로 급격한 생산차질을 빚은 지난 2016년 이후 최악을 나타냈다.

 

3분기에는 313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후 첫 분기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차 파워트레인의 상진인 세타2 직분사(GDI) 엔진에 관한 품질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2조원이 넘는 돈을 충당금으로 설정해 회계 처리했기 때문이다. 1조2590억원을 반영한 기아차까지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은 세타2 엔진을 위해서만 3조4000억원 규모의 품질개선 비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현금 실탄 확보하는 이원희, 미래차 시장 경쟁력 끌어 올린다=이원희 사장은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전동화 시장 리더십 확보를 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핵심 구동 부품 경쟁력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보유한 수소전기차는 차량뿐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 협력을 통해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막대한 현금 ‘실탄’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즈호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외화차입금 상환을 위해 3년 만에 처음으로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용등급이 AAA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떨어졌지만 청약 흥행으로 이를 6000억원까지 늘렸다. 올해 회사채 한도를 1조원으로 정했던 만큼 추가 발행도 예상된다.

 

6월에는 2015년 처음으로 실시했던 중간배당을 6년 만에 멈추면서 현금 ‘곳간’을 유지했다. 중간배당은 회계연도 중간에 주주들에 이익을 나눠주는 것으로 현대차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15년부터 매년 1주당 1000원씩 책정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2700억원 규모의 현금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또 업황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만 전년 대비 25.3% 이상 증가한 10조883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연결기준 현금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고 별도 기준으로도 2014년 2분기 이후 6년 만에 5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막대한 현금을 통해 미래차 시장에 투자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친환경차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도 잇따른 청사진을 구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전기차는 2040년까지 판매된 모든 승용차 중 58%, 전체 차량 판매의 31%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되며 수소차는 2018년 5만대에서 2030년에는 220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전기차는 2025년까지 차종을 23종으로 늘리고 점유율은 10%, 판매는 100만대 이상을 목표로 정했다. 수소차를 위해서는 연 50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의선 시대 구축해야 하는 현대차, 이원희 전면에 나설까=올해 10월 20년 만에 총수가 교체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기업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이원희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공정당국은 오너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막대한 이익을 취득할 수 있는 순환출자구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현재 4개의 고리가 있다. 정의선 회장은 핵심 계열사의 지분이 낮아 지배력이 낮은 문제점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현대차그룹의 대표적인 순환출자고리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의선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의 지분은 각각 0.32%, 2.62%, 1.74%에 불과하다.

 

이원희 사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 하면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직접 진두지휘 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당시 이 사장은 “지배구조 개편은 완성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며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합병 비율에 반대하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자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편안을 철회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짧게 대답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지주회사로 세우거나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 했던 당시 지배구조 개편안이 재추진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대교체가 이뤄진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판매량이 좌우될 수 있어 재무구조가 취약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다. 정의선 회장이 미래 시장을 위한 투자를 멈출 수 없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이원희 사장의 리더십이 중요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사장) 프로필

▲1960년 출생 ▲서울 대광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 회계학 석사 ▲1984년 현대자동차 입사 ▲2004년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 국제금융팀장 ▲2005년 미국 판매법인 재경담당 임원 ▲2009년 현대차 재경본부장 ▲2011년 현대차 부사장 ▲2014년 현대차 사장 ▲2016년 현대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