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코로나19와 미국 우선주의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던 포스코가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다. 2차 전지(배터리)를 위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선언했고 보호무역주의를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났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우 회장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포스코를 이끌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생겼다. 이의 성과에 따라 최 회장의 연임 여부가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의 향후 4개월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146/art_16049685635139_76b6b6.jpg)
◆최정우의 ‘승부수’…포스코, 철강 넘어 배터리 넘본다=포스코의 자회사인 포스코케미칼은 양·음극재 시장 확대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유상증자에는 61.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포스코가 5400억원, 2대주주(4.14%)인 포항공대는 82억원을 각각 투입하게 된다.
포스코케미칼은 확보한 자금을 시설투자에 8500억원, 나머지 금액은 운용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급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최정우 회장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포스코케미칼 대표 시절 “배터리 소재 사업은 철강에 버금가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그룹 성장을 견인할 ‘먹거리’를 2차 전지로 설정하며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시설투자금액 가운데 약 5400억원은 양극재를 생산하는 광양 3~4공장에 사용된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4대 소재 가운데 하나이며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의 에너지밀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생산 시설 증설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유럽 내 해외법인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약 1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재료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흑연의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인조흑연 음극재 시설을 증설 및 신설하기로 했다.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미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양산하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인 LG화학과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상태다.
2차 전지는 한 번 사용 후 재사용이 불가능한 1차 전지에 비해 충전 후 다시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를 말한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휴대용 선풍기, 무선 이어폰 등 배터리가 탑재되는 모든 제품은 주로 2차 전지 중 하나인 리튬이온베터리가 사용되는데 이 배터리의 용량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리튬이온이 많이 나오는 양극재가 사용되며 수명 향상을 위해서는 음극재가 필요하다.
![포스코케미칼이 광양공장과 부지 전경 [사진=포스코케미칼]](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146/art_16049673499112_9ea72c.jpg)
포스코케미칼은 유상증자 이후 2023년까지 시설투자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측은 현재 4만t(톤)에 그치는 양극재 생산능력은 2025년이면 21만t, 음극재는 4만4000t에서 17만t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 배경에 대해 “고객사의 대규모 증설에 발맞춘 캐파 증설을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하나 차입만 해서는 시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시대는 맞는 포스코, 실적 개선은 이뤄질까=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우선주의’ 깃발을 내세우며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산업에 일방적인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포스코도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냉연강판에서 미국의 반덤핑관세(AD)를 부과 받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새로운 무역질서 확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철강업계의 경우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이 철강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공개하지 않았고 중국을 제재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하지만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고 전방산업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포스코의 실적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모양새다.
포스코가 지난 2분기 별도기준, 첫 적자를 기록했던 이유는 높아진 철광석 가격을 원제품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회사의 주요 전방산업인 자동차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셧다운 되면서 딜러망이 마비되자 판매량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2분기,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40%까지 떨어졌지만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월12일 t당 104.59 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최저가인 82.44 달러 대비 26.9% 이상 증가했다.
철광석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명목으로 올해 5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며 철광석 수입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현물가격은 5월29일 처음으로 100 달러를 넘어섰고 9월14일에는 130.17 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올해 최저치인 지난 2월3일(80.38 달러) 보다 61.9% 이상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경기회복을 이유로 철강공급량을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포스코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성우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국의 공급과잉량이 올해보다 3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기회복에 따른 철강재의 소비량 증가와 구조조정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맞물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가격도 지난 6일, 117.8 달러에 그쳤다.
전방산업의 회복도 포스코의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줄곧 내리막을 이어왔지만 지난 9월 판매량은 올해 처음으로 증가했다. 3분기는 13%의 역성장이 이뤄졌지만 9월에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가 795만대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0% 늘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자동차, 가전 등에 사용되는 냉연강판을 통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 자동차 판매량 회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