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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투데이] '검증된 리더십' 3연임 성공한 허인 KB국민은행장

 

[FETV=유길연 기자] 허인 KB국민은행장이 관례를 깨고 3연임에 사실상 성공했다. 기관영업부터 정보통신(IT)부문까지 다방면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허 행장은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바탕으로 국민은행을 '리딩뱅크' 자리에 올려놓은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주어진 임기 1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는 한편, 글로벌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뼛속까지 은행원...기관영업·디지털 등 다방면에서 승승장구

 

허 행장은 1961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동네 수재로 불리던 허 행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허 행장은 졸업 후 1988년 기업금융 특화은행인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한 뒤 기관영업을 주로 맡았다. 이 기간동안 허 행장은 노조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국민은행에는 1999년 장기신용은행의 통합으로 합류했다. 장기신용은행 출신들은 소매금융 위주였던 국민은행에서 대거 떠났지만, 허 행장은 그 동안 쌓아 올린 기관 영업에서의 노하우로 능력을 차별화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대기업부 부장, 동부기업금융지점장, 삼성타운대기업금융지점 수석지점장 등을 거쳤고, 2013년 7월에는 여신심사본부 상무로 승진했다. 

 

허 행장의 경력은 기관영업으로 그치지 않았다.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당시 전산통합 추진을 맡으면서 IT부문에서의 경험도 쌓았다. 합병 이후엔 여신프로세스 선진화를 위해 추진한 종합정보시스템(ACRO) 개발 태스크포스팀 팀장을 역임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전격 은행장 발탁

 

2014년 11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후 허 행장은 경영기획그룹 전무 겸 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전격 발탁됐다. 윤 회장은 당시 허 행장의 뛰어난 업무능력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회장이 처음으로 주문한 사업은 카카오와 사업제휴를 통한 카카오뱅크 설립이었다. 허 행장은 이를 위해 동분서주 뛰었고, 그 결과 국민은행이 주주로 참여한 카카오뱅크 설립 컨소시엄은 2015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았다. 


허 행장은 2016년 영업그룹 부행장에 올라 기관영업 부문에서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국민은행은 2016년 아주대학교병원, 2017년 서울적십자병원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됐다. 또 2017년 초 신한은행에서 5년 동안 운영했던 경찰공무원 전용 ‘참수리대출’의 사업권을 따내 ‘무궁화 대출’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다방면에서 공을 세운 허 행장은 윤 회장의 결단으로 2017년 11월 국민은행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부행장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의 그가 금융권의 예상을 깨고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다. 

 

●디지털·글로벌 경쟁력 강화 ‘올인’...탁월한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여

 

허 행장은 취임 후 ‘디지털·글로벌’을 중심으로 ‘리딩뱅크’ 굳히기에 들어갔다. 허 행장은 임기 동안 금융플랫폼 ‘리브’를 시작으로 대화형 뱅킹 플랫폼 ‘리브똑똑’, 지역 내 평균 매출·이용고객 현황·유동인구 등 상권분석 데이터를 담은 ‘리브온’, 대출 전용 플랫폼 ‘KB스마트대출’ 등을 임기내 잇달아 선보였다. 또 지난해 10월 말에는 은행권 최초로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알뜰폰 서비스인 ‘리브M’을 출시했다. 

 

또 허 행장은 국민은행의 약점으로 꼽히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8년부터 동남아 시장을 꾸준히 두드렸다. 그 결과 작년 말 캄보디아 최대 소액금융 기관인 프라삭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또 올해는 인도네시아의 중형급 규모인 부코핀 은행을 품에 안았다. 허 행장은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조건 제시를 뚫고 인수 성공을 위해 여름 휴가까지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행장의 리더십은 국민은행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임기 첫 해인 2018년에는 2조2592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신한은행(2조2790억원)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지만, 작년에는 8%늘어난 2조4391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에 허 행장은 작년 말 첫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도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1조2468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리딩뱅크 수성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특히 허 행장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연임에 성공한 핵심 이유로는 안정적인 운영이 꼽힌다. 작년 하반기부터 주요 대형은행들은 대규모 원금손실을 불러일으킨 사모펀드 사태에 휘말렸다. 이에 올해 상반기 대형은행들은 펀드 관련 손실처리로 인한 실적 감소와 함께 고객 신뢰 하락에 직면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사모펀드 사태에 상대적으로 덜 휘말려들면서 상반기 호실적과 함께 고객 신뢰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금융권에서는 허 행장의 위험 관리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허 행장의 안정적인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부코핀 은행 정상화·빅테크 도전 대응도 숙제

 

3연임에 성공한 허 행장이지만 주어진 임기 동안 해결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행의 이자자산 수익성(NIM)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단순히 예대마진에 의존해선 수익을 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또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대출자산 부실화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한다. 

 

부코핀은행의 정상화를 이뤄야하는 것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부코핀 은행은 인도네시아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으로 침체를 겪으면서 올 상반기 1056억원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인수를 앞둔 상황에서 부코핀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예금자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드는 ‘뱅크런’에 직면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KB금융은 국민은행의 진출을 교두보삼아 인도네시아에 종합금융그룹을 세운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허 행장의 경영능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도전에 따른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과 핀테크 기업들은 디지털로 무장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기존의 대형은행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으로 무장해 대출, 결제, 금융상품 가입 등 금융거래의 편의성·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은행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가 은근한 신경전을 펼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허 행장은 남은 임기 동안 디지털화에 더 속도를 내는 한편, 기업금융·자산관리 등 빅테크 기업이 접근하기 한계가 있는 영역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받아들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기존 은행은 자문·상담·자산관리·거액거래 등 경쟁우위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소매금융의 경우 앞으로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에 근접한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24시간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경쟁력의 척도가 될 전망"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