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10년 이상 승진 명단에서 제외된 이가 있는가 하면 곧 70대에 들어서는 CEO도 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연이어 보험사 최고경영자로 능력을 펼쳐가고 있다. 과거를 넘어 이들이 보여줄 새로운 ‘2막’이 주목받고 있다.
◆ ‘40년’ 만의 결실, 김영만 DB생명 사장
DB그룹은 지난달 1일 진행된 경영진 인사에서 DB생명 대표이사 사장에 김영만 DB손해보험 부사장을 임명했다. 1954년에 태어난 김 사장은 연령으로는 보험업계 CEO ‘맏형’격이지만 사장으로서는 '신인’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 동부화재(현 DB손보)에 입사했다. 미국 괌지점장, 상품개발팀장 등을 거친 그는 2003년 이후 경영기획팀장, 기획관리팀장 등 임원을 지내며 DB손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2010년부터 DB손보 경영지원실장(CFO) 부사장을 역임했다.
김 사장의 사장직 취임은 오랜 ‘쓰라림’ 뒤 찾아온 결과라 더욱 눈에 띈다. 김 사장은 DB손보와 보험업 등 ‘한우물’에만 매진했음에도 불구하고 DB그룹 승진인사에서 번번히 누락됐다. 특히 미국에서 지점장을 지낸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10여 년간 후배들이 자신보다 앞서 승진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결국 40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노장’은 죽지 않는다,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김정남 DB손보 부회장은 지난 7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52년생인 김 부회장은 북평고와 동국대 행정학과를 나왔다. 70대를 바라보는 그는 보험업계를 통틀어 ‘최고참’ CEO다. 김 부회장은 1979년 동부고속에 입사한 뒤 1984년 동부화재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총괄 상무, 신사업·개인사업 부문 부사장 등을 지냈다. 2010년 DB손보 사장으로 취임한 후 4연임에 성공해 10년째 DB손보를 이끌고 있다. 사원으로 시작한 곳에서 CEO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DB손보의 21세기 성장사는 김 부회장과 함께 한다. 그가 사장으로 처음 취임한 2010년 말 12조원이던 DB손보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43조6000억원원을 기록해 9년 동안 3.6배 이상 몸집이 커졌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차근차근 업력을 다져온 만큼 회사에 대한 애사심도 남다르다. 동부화재의 새로운 이름 ‘DB손해보험’의 ‘Dream Big(큰 꿈)’도 그의 작품이다.
최고령 CEO지만 디지털 혁신에도 앞장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DB손보는 지난 3월 업계 처음으로 고객·정비업체와 고화질 영상전화 통화망을 통해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4월에는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별약관을 만들어 보험사의 ‘저작권’이라 불리는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았다. 이로써 DB손보는 업계 최다인 총 16회(장기보험 14회)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게 됐다.
◆ 친정 수장으로 ‘금의환향’,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사장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8월 새로운 대표이사 사장으로 민기식 전 DGB생명 대표를 선정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그가 친정인 푸르덴셜생명으로 5년 만에, 그것도 ‘CEO’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민 사장은 1962년생으로 환일고와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부터 5년간 푸르덴셜생명 기획·마케팅·상품담당 상무 등을 지낸 그는 2008년 PCA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전략·상품·마케팅담당 전무를 거쳐 2011년 푸르덴셜생명으로 복귀했다. 이후 전략기획·영업지원담당 전무, 고객만족경영총괄(CSO) 부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2월부터 1년 6개월간 DGB생명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올해 8월 푸르덴셜생명으로 돌아왔다.
업계는 민 사장이 17년간 보험사에 몸담아온 만큼 보험업 상황에 대한 뛰어난 이해와 실행력을 겸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에서 13년 동안 근무한 그의 전력은 올해 KB금융그룹에 자회사로 편입돼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푸르덴셜생명에게 든든한 지원군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 첫 한국인 CEO, 오준석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사장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지난달 1일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오준석 신사업 개발 및 전략 총괄 전무를 선임했다. 오 사장은 카디프생명 창립 18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한국인 CEO다. 2017년 8월 카디프생명에 합류한 이후 신사업 개발과 신용보험전담센터 총괄 업무를 수행해왔다.
오 사장은 1963년에 태어나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 칼슨 비즈니스 스쿨에서 마케팅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1991년부터 카디프생명에 입사하기까지 26년간 오 사장은 한국과 미국의 다양한 금융회사에서 서비스·규제, 운용, 컨설팅 부문 등을 두루 경험했다. 카디프생명 합류 직전에는 14년간 미국계 모기지보험 전문회사인 젠워스의 한국지사 대표를 지낸 바 있다.
◆ 유일한 연임, 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사장
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사장은 얼마 전 ‘임기 2기’를 열었다. 2013년 12월 교보라이프 출범 당시 설립추진단장과 초대 대표를 맡은 이 사장은 지난달 15일 연임이 결정됐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보험사 CEO는 이 대표가 유일하다. 그가 주어진 임기인 2022년 9월까지 CEO직을 수행할 경우 만 9년간 교보라이프를 이끌어 보험사 장수 CEO 반열에 오르게 된다.
1966년생인 이 사장은 ‘수학도’에서 보험맨이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와 코네티컷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뉴욕 윌리엄 펜 생명보험에 입사했다. 이후 피델리티 앤 개런티 생명보험사, 악사 생명보험 재보험사 등 현지 보험사에 근무하며 보험전문가로서 업력을 다졌다. 2001년 교보생명에 입사해 상품마케팅실장, e비즈니스 사업추진단 담당 임원 등을 역임했다. 입사 13년 만인 2013년 말 교보생명 자회사인 교보라이프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장은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를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첫 보험분석서비스인 ‘바른보장서비스’와 모바일슈랑스 도입은 그의 가장 큰 업적이다. 카카오페이·토스·뱅크샐러드 등 금융플랫폼 기업과의 제휴로 사업 저변을 확대했으며 혁신적인 상품을 선보여 5건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