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지난 30년간 시민과 소통하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온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이 한 권의 책으로 재탄생했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 30년을 맞아 역대 문안을 엮은 기념집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를 발간했다고 5일 밝혔다.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1991년 광화문 네거리에 등장한 ‘광화문글판’. 1년에 네 번, 계절마다 새 옷을 입으며 시의성 있고 정감 어린 글귀로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고 있다. 30자 남짓의, 짧지만 시심(詩心)을 녹여낸 글귀에는 큰 울림이 있다.
올해는 30년을 맞아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8월 한달간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로 꾸며진 ‘광화문글판 특별편’을 두 차례 선보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광화문글판 30년 기념집은 역대 문안을 ‘봄, 차오르다’, ‘여름, 달리다’, ‘가을, 영글다’, ‘겨울, 기다리다’ 등 계절별로 나눠 수록했다. 글판 이미지와 함께 원문 전체를 읽을 수 있어 광화문글판을 감상하는 재미를 더했다.
문안을 장식한 작가 소개는 물론 문안 선정부터 디자인·설치에 이르기까지 글판 제작과정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주요 작가 인터뷰,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시민 에피소드 등 읽을거리를 풍성하게 담은 것도 눈길을 끈다
이번 기념집은 교보문고, 예스24 등 전국의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판매 수익금 전액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키워가는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한편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 30년을 기념해 ‘삶의 한 문장, 내 마음 속 광화문글판은?’이란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시민 1만5600여명이 광화문글판에 얽힌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투표에 참여했다.
시민들은 가장 사랑한 광화문글판으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가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두 번은 없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므로 너는 아름답다’와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파블로 네루다의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