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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TV=유길연 기자] 최근 하나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이 자제할 것을 권고한 중간배당을 연이어 단행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의 중간배당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반대 의사를 보였지만 국민은행의 결정에는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두 금융사의 중간배당 차이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사상 첫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보통주 4억437만9116주에 대해 주당 1480원으로, 총 5985억원의 규모다. 이 자금은 KB금융지주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으로 활용된다. 하나금융도 지난 7월 주당 500원으로 총 1458억원을 주주들에게 중간 배당을 실시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은행권에 중간 배당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 예상되면서 은행들이 배당을 자제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지원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은행이 중간배당을 하면 자본규모가 줄어 재무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국제결재은행(BIS)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면서 대출 여력도 축소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이 올해는 중간배당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하나금융은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해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월 초 하나금융 중간배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배당을 조심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국민은행의 중간배당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대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936/art_15991902770823_4652ae.jpg)
업계는 금융당국이 두 금융사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인 이유로 배당의 대상에 대해 주목한다. 우선, 하나금융의 배당은 외부 주주들에 대해 진행한 것이다. 하나금융을 포함해 주요 금융지주들은 주로 100% 자회사이자 최대 계열사인 은행으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아 마련한 자금으로 주주들에게 중간배당을 한다. 이에 중간배당 후에는 그 규모 만큼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게 되면서 그룹·은행 모두 자본규모가 축소된다.
다만 하나금융은 ‘코로나 충당금’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동안 작년 동기 대비 11.6% 급증한 1조 3446억원의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중간배당 논란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또 지주사의 중간 배당을 위해 하나은행의 자금이 동원되지 않은 점도 대출 여력 축소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하나금융과 달리 국민은행의 중간배당 금액은 모기업인 KB금융으로 간다. 배당 규모 만큼의 액수가 은행에서 지주사로 위치만 바뀌는 셈이다. 이러한 경우 은행이 자금이 필요할 때는 지주사가 다시 유상증자 혹은 자금 대여 등으로 지원을 할 수 있어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간다는 우려는 제기되지 않는다.
올해 우리은행이 실시한 유상증자가 이러한 경우를 보여준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6월 코로나19 대출지원 확대를 위해 우리은행의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우리은행도 우리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다. 앞서 우리금융의 결산 배당을 앞두고 우리은행은 지난해 1년 동안 벌어들인 순익의 약 90% 해당하는 1조3520억원을 배당금으로 우리금융에 보냈다. 이는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우리금융은 올해 초부터 자금을 최대한 확보해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M&A 보다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나서야하는 상황이 되자 우리은행에 유상증자로 다시 자금을 보냈다. 쉽게 말해 ‘돈을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보낸 것이다.
또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점도 금융당국의 고려사항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이 중간배당한 금액은 KB금융으로 가지만,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자금에 쓰면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인한 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KB금융은 올해 1월 푸르덴셜생명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조 단위의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입찰 전부터 수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M&A를 포기하라고 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이 올 상반기 중소기업대출을 가장 크게 늘리는 등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노력한 부분도 당국이 중가배당을 반대하지 않은 요인으로 파악된다. 국민은행의 6월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약 112조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8% 늘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증가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