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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물류


[클로즈업]아시아나항공과 300일 사랑 마침표 찍은 HDC 정몽규

[FETV=김현호 기자] 정몽규 HDC 회장이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경쟁사보다 1조원 넘게 ‘배팅’하며 그룹 도약을 위한 포부를 호기롭게 밝혔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아시아나항공이 흔들리면서 정 회장의 꿈이 좌절된 것이다. 선친인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숙원이었던 종합 모빌리티 그룹을 세우려던 계획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달콤했던 정몽규의 ‘꿈’…300일 만에 좌절=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초대형 매물이 등장하면서 정몽규 회장은 물밑에서 ‘군침’을 흘렸다. 한화, SK, GS 등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하마평’이 연이어 나왔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등판을 주목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건설기업인 현산이 항공업에 진출할 할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깜짝 등판을 선언했던 현산은 우선협상대상자 경쟁사인 애경그룹보다 1조원 넘는 인수금액을 제시하면서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그룹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회사로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는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건설업을 넘어 지난 2015년, 호텔신라와 함께 면세사업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골프·스키리조트인 한솔오크밸리를 인수하는 등 사업 다변화를 이뤄내고 있었다.

 

사업포트폴리오를 여러 갈래의 줄기로 뻗어나간 정 회장은 ‘화룡점정’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선택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5989억원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1000%를 상회해 자본잠식 위기에 빠져있었지만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그룹을 성장시키려는 정 회장의 ‘꿈’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11월12일, 정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육상·해상·항공사업을 함께 하는 방안을 연구해 볼 수 있다”고 말하며 모빌리티 도약을 위한 비전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산업 생태계가 붕괴됐고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됐다. 현산 측은 지난 6월, 인수 재검토를 채권단에 요구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1만6126% 급증했고 자본총계도 1조77억원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인수금액인 2조5000억원을 쏟아 부어도 재무상태 개선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사라진 아버지의 ‘꿈’, 정부와 전면전까지 이어지나=정몽규 회장의 종합 모빌리티 꿈은 선친의 영향이 컸다. 고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를 경영하며 1974년 처음으로 국산 자동차인 ‘포니’를 생산해 ‘포니정’이라는 별칭이 있다. 하지만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차의 경영권을 정몽구 회장에 넘기면서 모빌리티 산업을 이끄는 정세영 명예회장의 꿈이 좌절됐다. 이로 인해 정몽규 회장의 항공산업 진출은 선친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한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향후 항공업 진출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정 회장은 계약금 환수를 위해 정부와 소송에 나설 확률이 높아졌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계약금 2500억원을 선납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산에서 계약금 반환 소송은 하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계약금 2500억원은 현산이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5515억원) 대비 45.3%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소송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앞서, 정 회장이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재실사를 꾸준하게 요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 무산은 채권단과 금호의 책임”이라는 명분 쌓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즉, 이번 인수합병(M&A)은 재실사를 거절한 채권단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계약금 반환 소송을 위한 사전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계약금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매도자의 확실한 책임 여부가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산이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채권단과 금호 측의 과실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