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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뷰] '디지털 개척자' 손병환 농협은행장, '혁신'을 이끌다

 

[FETV=유길연 기자] ‘디지털 개척자’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농협 혁신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은행에 오픈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손 행장은 디지털화로 농협은행을 국내 '리딩뱅크'로 올려놓겠다는 전략 아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글로벌 부문에서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 30년 '농협맨'...농협은행 디지털화 '진두지휘' 

 

손 행장은 1962년 11월11일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진주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줄곧 ‘농협맨’으로 일했다. 그는 2005년 농협중앙회 기획조정실에서 여러 보직을 맡으며 ‘기획·전략통’으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5년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부장으로 일하면서 디지털과 연을 맺었다. 이 때 손 행장은 오픈 AP를 도입했다. 또 손 행장은 핀테크기업을 지원하는 NH핀테크 혁신센터와 NH핀테크 오픈 플랫폼 구축을 진두지휘했다.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은 핀테크기업이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금융API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기반 환경이다. 온라인 특화된 비대면 마케팅 채널 ‘NH스마트금융센터’도 손 행장의 작품이다. 

 

이처럼 농협은행의 디지털화에 공을 세운 후 그는 농협중앙회에서 농협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사업전략부문 부문장으로 일했고, 다시 2019년 농협은행으로 돌아왔다. 그는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 부문장 겸 농협은행 글로벌사업 부행장을 맡았다. 이 당시 손 행장은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의 지휘 아래 농협은행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호출 받아  

 

승승장구하던 손 행장은 부행장직을 맡은 지 1년 남짓 지난 올해 3월 농협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다. 올해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이성희 회장이 당선됐다. 이에 전임 회장의 지휘 아래 농협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인사들은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임기 중 농협은행의 최대실적을 이끌어내 연임을 확정지은 이대훈 전 행장도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농협중앙회장은 임기 4년 단임제에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을 가지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에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농협은행장 선임 작업에 돌입했다. 손 행장 외에도 이창호 NH선물 대표이사,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최창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등 다수의 인물이 차기 은행장 하마평에 올랐다. 이 행장이 여러 경쟁자들을 꺾고 농협은행장에 오른 이유는 이 회장의 영향력이 작동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신임 행장에 이 회장의 출신지인 경기 지역 인사나 그의 당선에 큰 힘을 실어준 영남 출신 인물이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 가운데 손 행장과 이창호 대표가 영남 출신이었다.

 

여기에 같은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이 같은 서울대 출신인 점도 손 행장이 선임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손 행장이 디지털화에 굵직한 경력을 남긴 점을 고려하면 김 회장이 그를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김 회장은 취임 후부터 디지털화를 그룹 최대 과제로 삼아왔다. 

 

기대에 걸맞게 손 행장은 취임 후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달 4일 세계 첫 행동데이터 금융상품으로 ‘NH가고싶은 대한민국 적금’을 출시한 것이 가장 최근 성적이다. 전국을 행정구역 기준으로 9개 권역으로 나눠 고객이 농협은행 올원뱅크 앱(APP)을 통해 직접 위치를 인증하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의 상품이다. 예를 들면, 서울·경기·인천과 강원 2개 권역을 인증하면 우대금리 0.1%포인트(p), 9개 권역을 모두 인증하면 2.5%p가 더해진다. 

 

빅데이터 기반 금융자산 비교 서비스도 출시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7월 내놓은 ‘금융생활PEEK’는 은행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3만8000여 그룹 중에서 선택해 예·적금, 펀드 등 금융자산과 대출, 소비 등을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컨대 ‘나는 입출금 부자, 옆집 00이는 신탁 부자’ 같은 직관적인 분석을 해준다. 

 

 

● 마이데이터 인가·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숙제

 

짧은 기간 동안 쉼없이 달려온 손 행장에게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를 따내야 한다. 농협은행은 최근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사전신청서를 접수했다. 금융당국은 예비허가와 본허가까지 최소 석 달간 심사해 빠르면 오는 10월 첫 20개 기업에 대한 마이데이터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디지털화 사업 가운데 핵심으로 떠오르는 것이 마이데이터다. '마이데이터'는 금융 소비자가 하나의 앱으로 은행, 보험, 증권, 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이 정보를 이용해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1:1 맞춤형 금융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 금융사가 디지털화 시대에 반드시 선점해야 할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금융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다양한 정보를 갖추고 있어 기존 금융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거대 금융그룹들이 초반에 주도권을 잡지 못한다면 금융시장의 판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5대 은행들 모두 인가 신청을 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차 인가 사업자에 들지 못하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손 행장이 만약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에 실패한다면 그간 디지털화로 이뤄낸 농협은행 혁신 작업이 크게 후퇴할 수 있다. 

 

손 행장이 취임사에서 주요 경영 목표로 밝힌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숙제다. 농협은행은 규모 대비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다. 작년 농협은행 해외법인 순익도 17억원에 불과하다. 해외 법인 수도 여신전문사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두 곳에 그친다. 이에 농협은행이 덩치에 맞게 4대 시중은행과 경쟁하려면 글로벌 역량을 키워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행장이 취임사에서 “주요 국가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지만 아직은 경쟁은행에 비해 네트워크와 수익성이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