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광폭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를 통한 보험부문을 강화에 이어 올해는 증권, 카드, 캐피털 등 기존 계열사들을 적극 지원하면서 ‘리딩금융’ 타이틀 수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최근 1조93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신종자본증권(영구채)와 외화 후순위채를 각각 5000억원, 5930억원(5억달러) 발행한다. 후순위채로 확보된 자금은 자회사의 지원금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한지주는 내년까지 아시아 유럽 등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해외에서 발행 조건이 좋기 때문에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라며 “이번에 확보된 자금은 자회사 대여금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자금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에도 5억달러의 외화 선순위채를 발행해 신한금투에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이 신한금투에 지속적으로 외화를 투입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올해 대형 증권사들을 뒤흔든 주가연계증권(ELS) 자체헤지에 대한 추가증거금 요구(마진콜) 사태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충격으로 해외 주요국 증시가 폭락하자 ELS 자체헤지를 하고 있던 대형증권사들은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의 선물에 대한 증거금을 대거 늘려야했다. 이에 대형증권사들은 외화 유동성이 크게 부족해지는 사태에 직면했다. 신한금융이 마진콜 사태가 한창 벌어질 당시인 지난 3월 37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신한금투에 지원한 바 있다.
![[자료= 업계]](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835/art_15982416161202_b04930.png)
조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경영 전략 가운데 하나는 자본시장 부문의 경쟁력 강화이다. 조 회장의 야심작인 메트릭스 조직인 글로벌투자금융(GIB)도 취임 직후 만들어졌다. 이러한 자본시장 경쟁력의 중심에는 증권사인 신한금투가 있다. 이에 작년 신한지주는 신한금투가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올라서 사업을 확장하도록 유상증자 방식으로 66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신한금투가 작년 말 대규모 환매연기 사태를 불러일으킨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에 깊게 연관되면서 큰 어려움에 빠졌다. 작년 상반기 -69억원이던 대손상각비는 올 상반기 라임 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손실처리로 인해 874억원을 급증했다. 여기에 마진콜 사태까지 겹치면서 신한금투의 올 상반기 당기순익은 작년 동기 대비 60%급감한 571억원을 거뒀다. 작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의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 작업도 계속 미뤄지게 됐다.
이처럼 비은행부문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신한금투가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신한지주는 ‘리딩금융’ 타이틀 수성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라이벌인 KB금융지주는 그 사이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순익 1위인 신한금융과 2위인 KB금융의 실적 격차가 지난 1분기 1900억원이었지만 상반기 942억원으로 크게 좁혀졌다.
특히 KB증권이 1분기 부진을 털고 실적을 만회했다. 1분기 적자 전환했던 KB증권은 2분기 실적이 크게 늘면서 상반기 총 1288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작년 대비 순익 감소폭도 23.7%로 줄였다. 더구나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자회사 편입을 눈 앞에 둔 상황이다. 푸르덴셜생명이 거둔 순익과 인수로 인한 염가매수차익 등이 더해지면 올해 금융그룹 순익 1위 향방은 알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신한금융이 신한금투 지원에 총력을 다하는 이유다.
조 회장은 또 지난달 신한캐피탈이 소유한 1조원 대 오토 및 리테일 금융자산을 신한카드로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카드와 캐피탈 부문 강화에도 나섰다. 신한카드는 이번 결정으로 리테일 부문을 강화해 새 먹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부동의 카드 업계 1위이며 그룹 내에서 비은행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익을 거두고 있는 ‘효자 계열사’다.
그러나 최근 카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한카드도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경쟁사인 국민카드가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신한카드를 맹추격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말 신한카드와 국민카드의 시장점유율(카드이용실적 기준)은 4.6%포인트(p)로 좁혀졌다. 지난 2016년의 격차는 8.7%포인트였다.
신한캐피탈는 신한카드로의 자산 이전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기업투자금융(IB) 부문의 성장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벤처캐피탈 네오플럭스 인수로 신한캐피탈의 IB 경쟁력은 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캐피탈은 작년 혁신성장기업 지원을 위한 벤처투자부를 신설하는 등 벤처투자 분야에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 네오플럭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