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HMM(옛 현대상선)이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를 뀄다. 해운산업 재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등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등 불확실성을 지적하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산업은행의 관리 속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이 지원된 만큼 배재훈 사장이 난관을 해쳐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배재훈 HMM 사장 [사진=HMM]](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834/art_15977099806866_ce2c10.jpg)
◆21분기 만에 흑자 기록한 HMM…왜?=HMM은 2분기 1조3751억원의 매출과 13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코로나19 악화로 컨테이너 적취량이 감소하면서 전년대비 246억원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552억원 개선됐다. HMM은 “글로벌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통해 지난 2015년 1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물동량이 감소해도 흑자를 기록한 이유는 저유가와 운임지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6일, 배럴 당 63.27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1년 동안 최고가를 경신했던 WTI(서부텍사스유)는 7월부터 40달러 선으로 거래되면서 저유가가 이뤄지고 있다. 연료비는 통상 선박의 운영비중 최대 30%를 차지하기 때문에 해운업에서는 저유가의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반면, 운송에 대한 대가를 받는 운임은 최고 수준의 지수를 유지하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8월14일 기준 1167.91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대비 60.5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8주 연속 1000 선을 지키고 있다.
◆3조원에 당기순손실 쌓인 HMM, 경영정상화까지 갈길 멀어=HMM은 2분기, 고정비와 법인세, 각종 세금 등 지출될 수 있는 모든 비용을 뺀 기업의 순수 이익을 뜻하는 당기순이익을 281억원 달성했다. 이는 전 분기보다 937억원, 전년 동기대비 2288억원 개선됐다.
부채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2499%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분기까지 388%까지 하락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초대형 선박 인도 시작과 디 얼라이언스 운항 등으로 HMM의 체질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긍정적인 실적은 고무적이지만 한 분기 흑자전환에도 섣불리 경영정상화가 이뤄졌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HMM의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375억원이며 2016년부터 쌓아올린 손실액만 3조668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HMM의 경영성과를 직접 발표했던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도 “한 분기 영업이익이 경영정상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지난 2016년부터 HMM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포기하자’는 반응이 나왔다. 해운업 재건을 위해서는 수조원대에 달하는 국민 세금이 지원돼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중심의 국가에서 해운업은 포기는 힘든 산업이었고 20척의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국민 세금 3조1500억원을 수혈 받았다.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영국 해운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럴 경우 매년 성장했던 물동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HMM은 매출의 80%를 컨테이너선을 통해 책임지기 때문에 물동량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다시 확산되면서 미주와 유럽이 국경을 다시 봉쇄하기 시작했다. HMM 선박은 7호선까지 만선을 달성했지만 수요국이 빗장을 걸어잠그기 시작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모양새다. 다음 달까지 투입하기로 한 총 12척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도 만선을 이어가며 흑자경영을 지속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