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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자금 확보도 ‘스마트’하게

선·후순위채, 교환사채, 신종자본증권 '총동원'...조달 비용 최소화

 

[FETV=유길연 기자] KB금융그룹의 푸르덴셜생명 인수자금 확보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KB금융은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각종 채권을 적재적소에 발행하며 인수 효과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4월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면서 ‘숙원’이었던 생명보험부문 강화를 이뤄냈다. 당시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주식 1500만주를 2조2650억원에 취득하고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기초 매매대금과 거래종결일까지의 합의된 지분가치 상승에 해당하는 이자 750억원을 지불하기로 계약했다. 따라서 인수가는 총 2조3400억원으로 정해졌다. 

 

11일 KB금융은 총 1800억원 규모의 무보증 고정금리부 공모사채(선순위채권)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1100억원은 푸르덴셜생명 인수(영업양수자금)를 위해 사용된다. 이번 선순위채는 만기에 따라 금리가 0.955%에서 1.391%까지 적용된다. 만기는 2~7년으로 구성된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선순위채권 발행 외에도 후순위채,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자사주를 근거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400억원의 투자금도 이끌어냈다. 

 

이러한 회사채 발행을 통해 KB금융은 올해 총 2조2800억원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자금은 최대 1조9000억원(5월 전 발행한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포함)에 달한다. 인수자금을 채우기 위해서 약 4400억원 가량이 남은 셈이다.

 

 

특히 KB금융이 후순위채를 발행한 점이 눈에 띈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와 대형 은행들은 자본확충 수단으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지주는 이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후순위채는 국제결재은행(BIS) 총자본비율 산정에는 포함되지만 금융지주사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에는 잡히지 않는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이 지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택하고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 총 출자금액을 지주사 개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지주사의 무분별한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을 규제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정한 지표다. 금융당국은 이 지표가 13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이중레버리지 비율 규제다. 3월 말 현재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자회사 출자총액 24조2121억원, 지주사 자기자본 19조2471억원으로 약 125.8%다. 자회사 출자총액에 푸르덴셜생명의 지분 금액인 2조2650억원을 더하면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약 137%로 당국의 권고치를 7%포인트 웃돌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KB금융이 신종자본증권이 아닌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과 주식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영구채(원금상환 의무 없이 투자자에게 이자만 지급하는 형태의 채권)다. 만기가 없고 기업 파산시 상환 우선순위가 다른 회사채에 비해 순위가 뒤로 밀린다. 이에 발행사 입장에서는 금리 부담이 크다. 반면 후순위채는 10년 이상 만기가 주어지며 상환 우선순위도 신종자본증권보다 앞선다. 올해 KB금융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에 비해 1.0%포인트(p) 가량 높은 금리로 발행됐다. 선순위채 발행도 비슷한 맥락이다. 선순위채는 만기가 후순위채 보다 보통 짧게 정해지며 금리도 후순위채에 비해 1.0%p 가량 낮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당시 고가 매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KB손해보험 노조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생보사들은 저금리로 역마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데 지금 무리하게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고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조달 비용을 줄이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3월 말 이후 KB금융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총 8000억원 규모다. 이를 3월 말 지주사 자기자본에 더하면 20조471억원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푸르덴셜생명 지분 인수를 완료한 상태를 가정한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계산하면 132.1%이 나온다. 규제 상한선인 130%를 넘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최대계열사인 국민은행으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나머지 인수자금 확보와 함께 이중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맞추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국민은행의 6월 말 기준 BIS 총자본비율,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각각 14.39%, 12.79%로 준수한 편이라 중간 배당을 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KB금융 관계자는 “올해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선순위채 등을 모두 발행하고 있다”며 “이는 조달 비용을 최소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