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초 조직 내부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사모펀드 사태 등 각종 어려움을 털어내고 올 하반기 도약을 위해 나선다.
인사 지연으로 올 1분기 동안 크게 부진했던 자회사들의 실적은 대부분 회복됐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대비도 마쳤다. 윤 행장은 하반기 인사를 통해 임명한 경제전문가와 함께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영업 성과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익(연결·지배지분 기준)은 81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803억원)에 비해 16.7% 줄었다. 2분기 순익은 1분기에 비해 36.7% 감소한 3166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순익이 줄어든 원인은 충당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 부문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1612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또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관련 손해배상액 406억원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이에 자회사를 포함해 기업은행이 상반기 동안 쌓은 총 충당금(제충당금순전입액)은 8004억원으로 작년 동기(6520억원)에 비해 22.8% 급증했다. 충당금을 쌓기 전 전체 이익은 1조888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3% 줄어든 정도다.
역대급 충당금 덕분에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NPL 커버리지)도 1분기 대비 6.2%포인트(p) 오른 91%를 기록했다. 더구나 기업은행은 부실채권을 상·매각을 통해 정리하면서 건전성 개선을 이뤘다. 기업은행의 부실채권 비중은 지난 3월 말에 비해 0.11%p 하락한 1.18%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6월 말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다. 연체율도 같은 기간 0.08%p 하락한 0.44%였다.
자회사들의 실적은 1분기의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전체 자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을 내는 IBK캐피탈의 상반기 순익은 65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IBK캐피탈의 지난 1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1% 급감한 바 있다. 하지만 2분기에는 1분기 대비 2.5배에 달하는 순익을 거둬들였다. 자회사 규모 2위인 IBK투자증권도 1분기 코로나19 충격의 악재를 딛고 2분기에 실적을 크게 끌어올려 상반기 동안 작년 동기와 같은 수준인 339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IBK캐피탈·투자가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사 지연 때문이었다. 윤 행장의 취임이 노조의 반대로 늦어지자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도 제 때 이뤄지지 못했다. IBK캐피탈의 새 대표 자리에는 1분기가 다 끝나갈 시점인 지난 3월 20일 최현숙 전 부행장이 임명됐다. IBK투자 대표에도 3월 17일 서병기 전 신영증권 부사장이 가까스로 내정됐다. 하지만 새 지휘봉을 잡은 두 CEO는 2분기 동안 경영 안정화에 집중하면서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상반기 IBK기업은행 실적 [자료=IBK기업은행]](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833/art_15970302078104_004535.png)
인사 문제와 코로나19 불확실성을 모두 털어버린 기업은행은 하반기 본격적으로 중소기업 ‘리딩금융’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업은행은 올 상반기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1차 코로나 특별지원대출’ 한도를 은행권에서 가장 일찍 채우는 등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이에 중소기업 대출도 작년 말에 비해 13조8049억원(8.5%) 급증했다. 이는 사상 최대 증가 규모다.
이러한 중소기업 대출의 급증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대비를 마친 상황에서 향후 기업은행의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란 평가가 제기된다. 윤 행장은 이에 대해 “앞으로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고 우리경제가 정상화 될 경우 새롭게 유입된 고객과 대출자산이 기업은행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시 유입된 고객이 기업은행 성장의 발판이 된 바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역대급 대출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국제결재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개선도 이뤄내면서 하반기 대출 증대에 대한 여력을 마련했다. 6월 말 BIS총자본비율(연결기준)은 14.44%로 3월 말에 비해 0.18%p 올랐다. 보통주 자본비율도 같은 기간 0.33%p 향상되면서 10%대를 지켜냈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약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행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윤 행장은 최근 하반기 인사를 단행해 경제전문가들을 부행장으로 등용했다. 은행권에서는 거시경제 전문가인 윤 행장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봉현 현 경제연구소장은 이번 인사로 본부장급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기업은행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IBK경제연구소의 조직 내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간 셈이다. 또 리스크관리그룹장으로 임명된 장민영 신임 부행장도 IBK경제연구소장 출신이다. 혁신금융그룹장을 맡은 김형일 신임 부행장도 트레이딩 부문 실무 책임자(자금운용부장), 홍콩지점장 등을 맡을 정도로 금융시장 전문가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833/art_15970302445183_c4294c.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