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1/art_15960832611901_ff3d55.jpg)
[FETV=유길연 기자] 신한·KB국민·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자산관리(WM)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WM 관련 수수료이익이 일제히 줄었다. 대규모 원금손실을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사태와 라임자산운용·디스커버리·젠투파트너스 등의 펀드 환매연기로 WM에 대한 고객 신뢰 하락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 증대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WM관련 수수료이익은 91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165억원)에 비해 18%(2010억원) 줄었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일제히 줄었다. WM관련 수수료이익은 신탁·방카슈랑스·펀드판매 수수료이익으로 구성된다.
감소 폭은 신한금융이 가장 컸다. 신한금융의 WM관련 수수료이익은 1950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28%(750억원) 급감했다. 사모펀드 사태에 상대적으로 적게 휘말린 KB금융도 같은 기간 약 7% 줄어든 3617억원을 거뒀다. 하나·우리금융도 각각 23%, 19% 크게 줄었다.
![4대 금융지주 상반기 자산관리(WM) 관련 수수료이익 추이 (단위:억원) [자료=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1/art_15960855891642_105da3.png)
금융지주들의 WM수수료이익이 크게 부진한 것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탁 부문의 이익이 일제히 줄어든 결과로 분석된다. 1분기 나홀로 신탁 이익이 증가했던 KB금융도 상반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16%(461억원) 줄었다.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20% 감소했다. 하나·우리금융도 각각 20%, 4% 쪼그라들었다.
이는 신탁 사업을 주도하는 은행이 작년 말부터 사모펀드 사태에 휘말리면서 크게 부진한 영향 탓이다. 작년 하반기 DLF 사태로 금융당국은 은행이 고위험 투자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이에 은행은 신탁 부문에서 수익성이 높은 상품인 사모형 주가연계신탁(ELT)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또 당국은 판매 가능한 공모형 ELT도 판매잔고 상한선을 지난해 11월 말 수준(37조∼40조원)으로 못박았다.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 상품을 팔 수 없게 되자 은행 신탁 이익도 줄었다.
펀드 판매 수수료도 사모펀드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펀드 판매 수수료는 502억원으로 작년 동기(918억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신한금융은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펀드 주요 판매처로 이름을 올렸다. DLF 사태가 지배구조 문제로까지 번졌던 하나·우리금융도 작년 대비 각각 33%, 52% 급감했다. 4대 시중은행들은 올해 들어 사모펀드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하나·우리은행은 지난 2월부터 단 한 건도 판매하지 않았다.
보험상품을 은행창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인 방카슈랑스도 고객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보험 업황 부진이 맞물려 부진했다. 신한금융은 작년 동기 대비 12% 줄어든 248억원의 방카 수수료수익을 거뒀다. 하나금융(171억원)·우리금융(430억원)은 각각 12%, 9% 감소했다.
![4대 금융지주 상반기 자산관리(WM) 사업 부문별 수수료이익 추이 (단위:억원, %) [자료=각 사] ](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1/art_15960859368698_fa1c0b.png)
다만 KB금융은 펀드·방카 수수료 모두 유일하게 증가했다. KB금융의 상반기 펀드 판매 수수료이익은 81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방카 수수료이익은 같은 기간 38% 급증한 44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WM 수수료이익이 크게 줄어들면서 4대 금융지주는 비이자이익 증대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충격으로 한국경제는 '제로(0)금리'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에 4대 금융지주는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이익에만 의존한 영업을 이어가는데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는데 있어서 핵심 사업이 바로 WM이다. 하지만 WM 부문이 크게 부진하면서 금융지주는 비이자이익을 늘리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들이 앞으로 유가증권 부문의 이익을 더욱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최근 저금리와 주식호황 현상에 맞춰 채권·주식 부문에서의 트레이딩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란 예상이다. 하나·우리은행은 벌써 움직임을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올 하반기에 트레이딩 규모를 늘리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이달 정기인사를 통해 증권운용부를 6년 만에 부활시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연이은 사모펀드 사태로 고객들의 신뢰 하락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WM 사업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앞으로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WM부문을 회복하는 동시에 유가증권 운용 부문 등을 강화해 비이자이익을 방어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