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2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그룹을 누르고 1위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금융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와 수익률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원 신한(One-Shinhan)' 경영구호 아래 퇴직연금 사업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결과라는 평가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6월 말 가준 신한금융의 계열사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26조752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2조6732억원)에 비해 18%(4조789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16%(3조4892억원) 늘어난 25조7504억원을 기록했다. 두 금융그룹 적립금 규모 격차도 4120억원에서 1조17억원으로 두 배 넘게 커졌다.
![신한금융그룹·KB금융그룹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단위:억원) [자료=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0/art_15955563367062_bb9992.png)
신한금융이 큰 차이로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역할이 컸다. 국내 은행 가운데 적립금 1위를 유지중인 신한은행은 올 2분기에도 작년 동기 대비 17% 늘어난 23조2044억원의 적립금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이 20조9071억원을 기록하며 신한은행을 뒤쫒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증권에서도 신한금융의 우위는 이어졌다. 신한금융투자의 2분기 적립금은 2조9195억원으로 작년 동기(2조4071억원)에 비해 21% 크게 늘었다. KB증권도 같은 기간 33% 급증한 2조1140억원의 적립금 규모를 기록했지만 신한금투를 넘어서진 못했다.
하지만 보험부문에서는 KB금융이 우위를 지켰다. KB손해보험은 작년 대비 소폭 늘어난 2조7293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생명은 30% 급증한 6282억원의 적립금을 나타냈지만 여전히 KB손보와 격차가 컸다.
'수익률'에서도 신한이 KB을 압도했다. 특히 은행과 증권에서는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수익률 격차가 더 컸다. 두 퇴직연금 제도는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아 수익률에 있어 금융사의 역량이 더 강조된다. 신한금융의 퇴직연금 자산 운용에서 실력이 드러난 셈이다.
신한은행은 확정급여형(DB) DC, 개인형 IRP 수익률은 국민은행에 비해 각각 0.15%포인트(p), 0.39%p, 0.38%p 높았다. 신한금투도 세 퇴직연금 제도 수익률 모두 KB금융보다 높았다. 이 가운데 DC형과 개인형IRP 수익률은 KB증권에 비해 0.15%p, 0.08%p 높았다. 보험부문에서는 신한생명이 DB형, DC형 수익률에서 KB손보보다 각각 0.16%p, 0.31%p 높았다. 다만 개인형 IRP에서는 KB손보가 0.01%p 소폭 앞섰다.
![2020년 2분기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퇴직연금 수익률(%) [자료=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0/art_15955564989965_9d6b09.png)
한국사회는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퇴직연금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작년 말 금융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21조200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각 금융사들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퇴직연금 세가지 유형 가운데 전통적인 퇴직연금인 DB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 운용하다가 근로자 퇴직 시에 확정 퇴직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반면 DC형과 개인형IRP는 기업이 퇴직금을 운용하는 DB형과 달리 노동자 개인이 운용한다. 회사가 정해진 퇴직금을 반드시 지급해야하는 DB형과 달리 운영 결과에 따라 퇴직연금 규모가 달라진다. 때문에 DC형과 개인형IRP는 다소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노동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조 회장은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작년부터 퇴직연금 사업구조를 전면적으로 손봤다. 신한금융은 작년 6월 퇴직연금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으로 구성된 퇴직연금사업부문을 출범했다. 7월부터는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손실 발생 시 당해연도 수수료 면제, 만 34세 이하에 수수료 감면 등을 시행 중이다.
또 올해 2월 금융권 최초로 그룹사가 통합해 고객에게 비대면으로 연금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연금마당` 플랫폼을 선보였다. 스마트연금마당은 신한은행, 신한금투, 신한생명 등 신한금융 주요 그룹사의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한 번에 조회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이러한 조 회장의 '원 신한' 전략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은행이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을 고객에게 알려주는 '소개영업'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퇴직연금 사업에서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