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강성범 미래에셋대우 전무, 배영규 한국투자증권 상무, 박성준 대신증권 전무, 김영오 현대차증권 상무 [사진=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0/art_15954301415544_8f0670.png)
[FETV=이가람 기자] 주요 증권사의 투자금융(IB) 부문을 이끄는 임원들이 주목받고 있다.
IB란 기업공개(IPO), 증자, 회사채 발행, 구조화금융, 인수합병(M&A) 등을 주간하고 자문하는 업무를 말한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과 투자 주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며, 일반 은행과 달리 예금은 받지 않고 차입 또는 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 증권사 수익구조의 중심이 주식 위탁매매에서 IB로 바뀌면서 이들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실제 대다수 증권사가 IB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부서로 편제하고 있다.
투자은행 1세대인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하며 IB 출신 '전성시대'를 열었다. 두 사람은 IB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을 증대시키며 베테랑의 수완을 보여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세대 CEO, '제2의 정영채·정일문'에 도전하는 증권업계 IB부문 임원들을 소개한다.
●'기업금융' 전문가 강성범 미래에셋대우 전무
올해로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강성범 전무는 현재 주식시장(ECM), 채권시장(DCM) 등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부서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는 6642억원의 순이익 중 2648억원을 IB를 통해 벌어들였다. 이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수준이다. 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제안영업을 시작한 강 전무 체계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발행사가 사업 계획을 밝히면 주관 경쟁을 통해 계약을 성사시키는 방식의 영업이 주로 이뤄졌다. 하지만 강 전무는 기업의 현안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영업 방식을 바꿨다. 여기에 세일즈 역량을 끌어올려 IB를 강화하겠다며 신디케이션팀을 설치했다. 딜 과정 전반에 투입돼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신디케이션팀은 1400억원 규모의 태영건설 공모채 증액 발행에 힘을 보탰다.
강 전무의 ‘주전공’인 DCM 사업 성과도 눈에 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3일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기획재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주관사로 선정됐다. 기재부의 외평채 발행 규모는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외화의 안정적 확충이 목표인 이 사업을 위해 미래에셋대우는 2년 연속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연거푸 탈락하고 삼수 끝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강 전무의 추진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0/art_15954617151613_71f6a6.jpg)
●'한 우물'만 판 배영규 한국투자증권 상무
배영규 상무는 1996년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에서 증권사 생활을 시작한 정통 ‘한투맨’이다. 입사 이래로 IB 부서를 떠난 적이 없어 긴 경력과 IB 전 사업 분야 경험을 자랑하는 ‘올라운더’로 거론된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실시되던 시기부터 IPO를 주관했고, 국내 기업의 해외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IB부문 수수료는 전기에 비해 50% 넘게 늘어난 2887억원이었다. IPO 인수 수수료로 168억원을 확보하며 업계 2위, 회사채 인수 금액 규모는 3위, 공모증자 인수·모집 수수료는 4위를 기록했다. 이달 초 IPO 최대어인 SK바이오팜의 공동주관사로 활약한 데 이어,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앞두고 있어 한국투자증권의 시장 내 영향력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J헬스케어와 태광실업 등도 IPO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 상무는 지난해 말 IB그룹 수장에 임명됐다. 당시 본부장 가운데 가장 후배였기 때문에 나이나 근속년수 등이 아닌 '성과주의' 인사라는 해석이다.
●'고정관념' 깬 최승호 NH투자증권 전무
최승호 전무는 통신정책연구소와 한국신용정보 등을 거쳐 NH투자증권에 둥지를 텄다. 작년 NH투자증권은 창사 이래 최고 순이익(4763억원)을 기록했다. IB 관련 수수료 수익만 2589억원에 육박한다. 최 전무는 실물자산투자, 부동산금융, 프로젝트금융 담당으로 실적 증대에 기여하며 외부인사라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을 듣는 이유다.
‘IB 책임자’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게 최 전무는 삼성SDS타워, 여의도 MBC 부지 개발, 서울스퀘어 등 국내 랜드마크 조성 사업을 수행해 왔다. 대성산업가스, 메디트, 한온시스템 등 기업인수금융 딜에 참여하고, 1조원 수준의 서울 여의도 파크원 빌딩을 인수하기도 했다. 고객사를 상대할 때 팀 단위로 움직이는 매뉴얼을 정립한 장본인으로도 알려졌다. 이러한 시도는 이직률이 높은 IB업계에서 안정적인 네트워크망을 구축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최 전무에 대한 정영채 사장의 신임이 두텁다고 전해져, NH투자증권 내 IB 본부의 영향력은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2020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0/art_15954625158594_f8f781.jpg)
●'젊은 피' 박성준 대신증권 전무
지난해 말 승진한 박성준 대신증권 전무는 1973년생으로 국내 주요 증권사 IB 전문가 중 ‘최연소’ 총책임자다. 대신증권 직원들은 박 전무가 “젊은 조직 구성력을 토대로 새로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대신증권 IB부문은 트렌드 파악이 빠른 사업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형 증권사에 비해 자기자본이 적고 은행 및 그룹사 계열이 아니라는 약점이 있지만, 자문 업무를 담당하는 어드바이저리팀을 부서로 격상시키는 데 동의하는 등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IB사업부 내에 어드바이저리부가 있는 곳은 대신증권이 유일하다.
대신증권은 중소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IPO 실적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박 전무가 지난해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 한몫했다. 공동 주관을 제외한 기업 중 IPO 발행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이었다. 공모가 4만8000원, 발행주식 3609만주. 공모 금액은 1700억원이 넘었다.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지 17개월 만에 시가총액은 1조2000억원대에서 2조8900억원으로 뛰었다.
대신증권의 올 1분기 전체 수수료 수익 중 IB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53% 증가했다. 현재 4차 산업 관련 기업 상장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하반기 수익률은 더 높아질 예정이다.
●'호평일색' 김영오 현대차증권 상무
가아자동차에서 10여년을 근무한 이력의 소유자인 김영호 현대차증권 상무는 금융투자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2008년 ‘증권맨’으로 전향했다. 이후 ECM·증권발행팀, 자문팀장, 자본시장팀장을 거쳐 올해 1월 자본시장실 수장이 됐다.
현대차증권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204억원 대비 20% 이상 증가한 246억원이다. 영업이익도 17.7% 늘어난 331억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도 IB부문의 순영업수익은 200억원 가량이었다. 김 상무는 주로 IPO와 스팩 업무를 담당하며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현재 명신산업, HMC IB 제4호, HMC IB 제5호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주관사 선정 경험은 많지 않지만 평판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관계를 맺은 고객사는 주기적으로 관리해 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는 김 상무의 사업 방식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부품 생산, 구동 및 공정 시스템, 개발 등 다른 증권사가 접근하기 어려운 기업을 공략해 딜을 성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증권이 차별화 전략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 고위관계자는 “무한 경쟁의 역사인 IB 산업의 성장 동력은 걸출한 인재에 있었다”며 “국내 IB 조직을 이끄는 인물들의 탁월한 '리더십'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아시아 대표 투자은행 지역인 홍콩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IB 전문가들의 활약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