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KB국민은행이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건전성 강화의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안정’을 추구하면서 다른 시중은행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해외에서는 ‘도전’을 택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전체 여신 가운데 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않은 비율(연체율)은 0.21%로 지난 3월 말에 비해 0.03%포인트(p) 하락했다. 이에 6월 말 연체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대급 건전성 지표 개선은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에서도 나타난다. 국민은행의 6월 말 전체 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33%로 3월 말에 비해 0.03%p 떨어졌다. 이 역시도 가장 낮은 수치다.
건전성이 최고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혹시나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도 크게 늘렸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이 쌓은 대손충당금(신용손실충당금)은 216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42억원)에 비해 약 열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은행 내부적으로 신용도에 따라 여신 분류 기준에서 가장 위험도가 낮은 스테이지1에 포함된 여신 가운데 일부 고위험 자산을 스테이지2로 재분류해 충당금을 630억원 추가 적립한 결과다. 김기환 KB금융 재무담당 부사장은 기업설명회(IR)에서 “대손충당금은 올해 하반기 코로나19가 재확산돼 금융시장 충격이 다시 한 번 올 것이란 시나리오 아래 산출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충당금을 늘리자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NPL커버리지) 수치도 올랐다. 국민은행의 6월 말 NPL커버리지는 134.5%로 3월 말(126.7%)에 비해 7.8%p 올랐다. 이 역시도 지난 2016년 말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실채권에 대비할 여력이 크게 올랐다는 의미다.
![국민은행 2020년 상반기 자산건전성 지표 [자료=KB금융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0/art_15953968292794_2af7d1.png)
국민은행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하면서 상반기 동안 대출이 크게 늘었다. 6월 말 기준 원화대출금 잔액은 287조200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6.8% 불어났다. 이는 연간 대출 성장 목표치를 이미 달성한 규모다. 대출이 급증하자 향후 발생할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은행은 당분간 건전성 관리와 함께 대출을 속도조절하는 등 안정에 방점을 찍는 경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하반기에는 상반기 동안 크게 늘어난 기업대출을 우량자산 위주로 하는 등 사업 속도조절에 들어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국민은행은 국내에서는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해외에서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중형급 은행인 '부코핀은행(Bank Bukopin)' 인수가 대표적인 예다. 부코핀 은행의 2대주주였던 국민은행은 추가 지분인수를 통해 최대 주주(지분율 67%)로 올라섰다.
그간 국민은행은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과 외국자본의 경영권 인수에 대한 경계 등으로 인수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도네시아는 외국인의 현지은행 지분보유한도는 40%로 정해져 있을 정도로 금융산업에서 외국자본의 은행업에 대한 진출 장벽이 높다. 특히 인도네시아 당국은 부코핀 은행 인수 과정에서 부실은행을 추가적으로 인수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수많은 난관을 뚫고 인도네시아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냈다. 특히 경영권 프리미엄 지급 없이 추가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인수를 대가로 부실은행을 인수하지 않아도 된다.
부코핀은행은 412개의 지점 및 835개의 자동현금입출금기(ATM) 등 인도네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영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형규모 은행이다. 연금대출·조합원대출 및 중소기업 대출 위주의 고객 기반을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중대형은행(BUKU3) 가운데 유일한 정부 지분 보유 은행인 점도 장점이라는 평가다.
국민은행은 국내에서는 '1등 은행'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종이 호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은 155억원으로 1위인 신한은행(2379억원)에 비해 15분의 1도 안되는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 국민은행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번 부코핀 은행 인수를 포함해 최근 동남아 광폭 행보로 해외부문 경쟁력이 빠르게 강화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작년 캄보디아 최대 소액대출 기관인 프라삭(PRASAC)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향후 프라삭을 상업은행으로 발전시켜 캄보디아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미얀마 당국으로부터 현지법인 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그룹 차원의 방향에 따라 코로나19가 초래한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지난 4월에 캄보디아 최대 마이크로 파이낸스사인 프라삭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최근 부코핀 은행 인수 결정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0/art_15953968925459_39108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