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현호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위기탈출 작전이 순항하고 있다. 자금 수혈과 자산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어느 정도 ‘파란불’도 켜졌다. 2분기에는 흑자전환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항공업황 회복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돼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자산유동화증권(ABS)·영구채 인수, 운영자금 지원 등 총 1조2000억원을 ‘수혈’ 받았다.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자산매각 카드도 순조로워 보인다. 약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기내식사업부는 국내 한 사모펀드(PEF)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대금은 1조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놓인 종로구 송현동 부지는 캠코를 통해 매각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가를 1만4200원으로 잡은 유상증자 카드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9~10일, 7936만5079주를 대상으로 이뤄진 구주주 청약은 7725만8049주의 청약이 이뤄져 1조971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14,15일 이틀간 진행된 210만7030주(299억원)의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청약에서도 완판을 이뤄 유상증자로 총 1조1270억원을 확보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만기를 앞둔 차입금을 3조3020억원 가량을 상환해야 한다. 자산매각과 정부지원 등을 통해 최소 4조원대에 달하는 유동성자금을 확보한 만큼 당장의 위기는 벗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어 조원태 회장의 고심이 깊어졌다. 항공길이 열리지 않으면 수익성 회복이 요원해져 ‘땜질’식 처방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업계에서는 지난달까지 대한항공이 1000억원대의 ‘어닝쇼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대한항공의 2분기 영업이익을 121억원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2분기부터 본격화된 점을 고려하면 전분기(-828억원)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다.
흑자 전환이 점쳐지는 이유는 항공화물 운임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항공화물의 약 45%는 여객기의 화물칸인 벨리 카고를 통해 운송되지만 코로나19로 여객기가 운항되지 않으면서 화물운임이 급등했다. 실제 TAC 항공운임지수에 따르면 1월 말 1kg당 3.1달러에 불과한 홍콩~북미 노선 화물운임은 5월에 8.4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항공운임 효과는 일시적인 영향으로 평가돼 안정적인 수익 창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10.83 달러를 기록한 5월 중국~북미 화물운임은 7월 첫째 주에는 4.5 달러로 급락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제선 여객기 운항을 통해 7조28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사업중 매출 비중은 60% 가량이다. 하지만 현재 110개 노선 중 28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어 운항률은 20%에 그친다. 화물운임이 증가했다고 해도 여객수요가 회복 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가 다시 찾아 올 수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매달 수천억원에 달하는 고정비를 지출해야 하며 차입금 규모는 18조원이 넘는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162억원에 그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대한항공의 부채는 24조2333억원으로 차입금과 ABS 등은 9조원대로 추산된다”며 “관련부채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