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27.5℃
  • 맑음강릉 20.8℃
  • 맑음서울 26.8℃
  • 맑음대전 28.4℃
  • 맑음대구 30.1℃
  • 맑음울산 25.1℃
  • 맑음광주 28.6℃
  • 맑음부산 24.4℃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22.7℃
  • 맑음강화 23.6℃
  • 맑음보은 27.4℃
  • 맑음금산 28.0℃
  • 맑음강진군 29.1℃
  • 맑음경주시 31.0℃
  • 맑음거제 28.2℃
기상청 제공



[인터뷰] 현학진 피플라이프 회장 "설계사 경쟁력서 일본 뛰어넘을 것"

일본 설계사 평균 근속연수 8년 앞서는 10년에 도전
설계사 '소속감·소득안정'이 핵심...생산성 높아져
베트남 시작으로 대만·중국으로 진출 계획

 

[FETV=권지현 기자]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진, 설계사 평생 직업 실현, 그리고 국가 경제 이바지. 이 세 가지가 최종 ‘꿈’입니다”

 

6일 서울 서초구 소재 피플라이프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현학진 회장은 인터뷰 내내 힘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했다. 특히 최종 목표인 ‘세 가지 꿈’을 말할 때는 목표 달성에 대한 현 회장의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현 회장은 지난 2003년 법인보험대리점(GA) 피플라이프를 설립해 자산규모 1974억원(2019년 기준)에 114개 지점, 4500여명 설계사가 소속된 대형 GA로 성장시켰다. 성공한 사업가인 현 회장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인천 강화도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교동면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했다. 흔히 말하는 '흙수저'다.

 

▶늦깎이 사회생활을 했다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 동안 농부로 살았다. 농사는 너무 힘들었고, 도망가고 싶었다. 이 때 탈출구로 택한 것이 해병대 자원입대다. 군 복무 중 만난 대학 출신 친구들의 모습에서 나와는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군 제대 후 '독립' 선언과 동시에 대학 입시에 도전해 동국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늦은 대학 졸업으로 직장 구하기도 쉽지 않다. 취업 대신 창업을 고민할 때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보험설계사에 대해 알게 됐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 지원, 삼성생명에 보험설계사로 보험업계에 발들 디뎠다. 힘들었던 농사일이 보험영업에 도움이 됐다. 다른 사람들보다 설계사 일에 빨리 적응했다.

 

▶잘나가는 설계사가 GA 설립을 결심한 까닭은...

=삼성생명에서 상위 1%에 들어갈 만큼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 모델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던 중 업무 한계를 느끼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법인영업을 담당했는데, 보험 계약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체결하지만 단체보험 상품인 만큼 가입 대상은 직원들이었다.

 

단체보험에만 영업조직이 최적화된 당시 시스템으로는 우리가 만나는 CEO에게는 정작 보험가입을 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법인이 계약자가 되는 보험도 없었다. 고심하다가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피플라이프를 설립했다.

 

▶회사 법인영업 성공을 이끈 차별화 전략은...

='분업화·컨설팅·전문 네트워크' 이 세 가지가 피플라이프 법인영업의 ‘비법’이다. 창업 첫 해인 2003년부터 2012년까지 9년 동안 매일 3명의 중소기업 CEO를 만났다. 설립 초기 회사 업무는 저녁에 처리했으니, ‘투잡’을 한 셈이다. 고객의 만남에만 하루의 절반 이상이 소요돼 고객인 법인을 분석하고 컨설팅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에 창업 6개월 후 ‘분업화’ 시스템을 만들어 법인고객과 미팅을 잡는 조직, 해당 법인을 컨설팅할 조직 등으로 업무를 세분화했다.

 

분업 후에는 ‘컨설팅’에 집중했다. 예전에는 고객을 만나 보험상품에 대해 먼저 꺼냈다면 이때부터는 네 번째 만남이 돼서야 보험 이야기를 꺼냈다. 그전까지는 해당 기업의 정관, 재무제표 등을 분석하고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 방법적인 문제에만 집중해 대화를 했다. 이를 위해 세법과 상법을 배우고 연구했다. 네 번째 만남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컨설팅 보고서에 보험이 기업 솔루션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피플라이프 법인영업의 가장 큰 노하우다.

 

법인영업의 마지막 차별화 전략은 ‘전문 네트워크’다. 현재 40여명의 변호사, 세무사, 노무사 등이 피플라이프에 소속돼있다. 이들은 설계사들의 업무를 든든히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를 통한 기업 컨설팅이 가능해지자 과거에 비해 10배 정도 높은 금액인 2000만~3000만원대의 법인보험 상품 판매가 가능해졌다. 지금은 GA 업계의  일반화된 전문 네트워크 구성은 사실상 피플라이프가 최초로 도입한 셈이다.

 

 

▶법인영업 성공을 어떻게 개인영업으로 연결하는지...

=현재 한국에는 약 50만개의 법인이 있다. 이 숫자로는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설계사 수 증가에도 한계가 있다. 반면 5000만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영업은 상대적으로 큰 시장이다. 하다못해 뱃속 태아도 고객이 될 수 있지 않나. 이에 2013년 피플라이프의 자회사 ‘피플라이프 재무설계’를 설립해 개인영업을 시작했다.

 

2017년이 되자 법인·개인영업 설계사들이 각 1500명이 됐고, 두 회사를 합병해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피플라이프는 법인·개인영업 두 개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완성한 최초의 GA다. 이 시기 피플라이프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다수의 사모펀드들이 투자를 제안해왔다.

 

▶설계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삼성생명 소속 설계사로서 근무하면서 설계사라는 직업이 소득이 안정된 정규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몸이 아프거나 슬럼프가 올 경우 불안정한 소득으로 인해 이직을 하는 ‘철새 설계사’들이 많은 현실이 안타까웠다. 최소 생계비 정도는 회사가 지원해보자는 생각에 정규직 채용을 결심했다.

 

또한 설계사들의 무리한 계약 체결로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설계사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경우 법을 통해 보험설계사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한다. 덕분에 평균 근속연수가 8년이다. 그러나 우리는 설계사들의 1년 정착률이 40~50%에 불과하다. '소속감'과 '소득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다. 이를 통해 일본보다 긴, 근속연수 10년 이상의 평생 직업으로서의 ‘설계사’를 만들고 싶다.

 

▶설계사 정규직 채용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을텐데...

=4대보험 등 고정비가 부담되기는 하지만 설계사들을 정규직이라는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킬 경우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 확신했다. 이는 이미 일본의 경우를 통해 확인했다. 일본은 정규직 설계사들이 2배 이상 생산성이 높다. 한국에 와서 동일한 시스템을 적용해보니 정규직 생산성이 2배 올랐다. 25년 동안 직접 설계사 업무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관리통제를 하면 생산성은 반드시 오른다는 것이었다. 비지니스는 철저하게 시스템 하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업계 최초 '내방형 점포'가 화제라는데...

=2015년 일본에 보험 비지니스 견학을 갔는데, 그곳에서 처음 '내방형점포'를 접했다.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20~30평 규모의 보험 점포를 지켜봤는데,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내려 수시로 점포에 들어가 보험 상담을 받고 있었다. 고객이 직접 찾아와서 보험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 당시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3년간의 연구를 거친 뒤 2018년 국내 첫 내방형점포를 열었다. 현재 내방형점포 설계사들의 생산성은 일반 개인영업 설계사들보다 2배 이상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잘 해결되면 편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 본다.

 

 

▶롯데마트와의 업무제휴 등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인데...

=홈플러스와 체결한 업무제휴(MOU)가 시발점이었다. 홈플러스 고객 700만명을 대상으로 어린이보험, 운전자보험 등 홈플러스 전용보험 상품을 판매했다. 이후 롯데마트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왔다. 사업을 논의하던 중 롯데마트 임원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롯데마트가 이미 진출한 해외시장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피플라이프토 해외에 진출해 보험을 팔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베트남 시장조사를 마친 상태였기에 가능한 제안이었다. 다음 진출국은 중소기업이 강한 대만이다. 중화권 진출에 이어 중국 본토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이제 일본 등 다른 국가에게 법인영업 등의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수준이 된 만큼 피플라이프에게 우리나라는 너무 좁다.

 

▶IPO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오는 2023년 상반기 기업공개(IPO) 도전을 목표로 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에 맞춰 회계기준을 바꿨다. 이로 인해 자본이 잠식되는 등 부작용도 겪었지만 상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2003년 창업할 때부터 회사 상장을 염두에 뒀다. 기업의 꽃은 IPO이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후생복지는 '우리사주'를 통한 혜택 공유라고 생각한다. 최근 에이플러스에셋이 IPO에 도전했다고 들었는데 잘 되길 바란다. IPO에 성공할 경우 GA는 물론 설계사들의 위상도 덩달아 올라가기 때문이다.

 

▶피플라이프의 '최종 그림'이 궁금한데...

=외국에 나가보니 답이 있더라.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을 방문해 그곳의 GA 산업을 살펴봤다. 이들 나라에서는 GA가 금융상품 '판매전문회사'가 돼 고객에게 필요한 금융상품 전부를 다루고 있었다. 나의 마지막 미션도 피플라이프를 이러한 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고객들이 ‘사랑방’ 가듯이 지나가다가 언제든지 들어와서 보험, 은행, 증권, 카드 등 영역의 경계 없이 모든 금융상품에 대한 상담과 가입 등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모습까지 생각하고 내방형점포를 만들었다.

 

종국적으로 보험, 은행, 증권, 카드사들은 좋은 금융상품을 만드는 ‘제조사’ 역할을 하게 돼 ‘판매사’인 우리와 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 당장은 이들 중에서 뮤추얼펀드 등 증권 상품 판매가 첫 확장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피플라이프의 내방형점포 브랜드 역시 그때를 위해 현재의 ‘보험클리닉’을 넘어서는 ‘금융클리닉’으로 정하고 이미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끊이지 않은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실행력’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실행으로 옮긴다. 잘되면 발전시키고 아니면 경험으로 삼는다. 매일 오전 5시 30분에 기상하는데 빨리 나가서 일하고 싶은 마음에 해가 너무 늦게 뜬다고 느낀다. 보험, 금융과 관련된 모든 일은 다 해보고 싶다. 내 작은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소비자와 임직원, 그리고 국가를 위해서 뭐든 다 할 준비가 돼 있다.

 

현 회장은 세 가지 꿈 중 하나인 ‘설계사의 평생 직업화’ 실행을 위해 설계사들에게 안정된 소득을 보장하고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25%(약 320억원 상당)를 증여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계약서 작성까지 끝냈다는 현 회장. 그가 보험업을 넘어 금융계 전반에서 조금씩 실천해 나갈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피플라이프는 어떤 회사.

2003년 피플라이프 설립
2006년 GA업계 최초 경영효율화컨설팅 시행
2010년 전국 영업네트워크 구축 완료
2013년 GA업계 최초 공중파 광고실시
2016년 개인영업부문 7대 영업지원시스템 구축
2017년 기업컨설팅고객 4만개사 돌파, 매출 1400억 달성
2018년 내방형점포 '보험클리닉' 런칭, 매출 2000억 달성
2020년 정규직 보험상담매니저(EFA) 도입, 내방형 점포 100호점 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