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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재보험사’로 바꾸려는 까닭은?

 

[FETV=권지현 기자] 코리안리가 사실상 독점해온 국내 재보험 시장이 깨질까.

 

최근 KDB생명 매각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단계적으로 '공동재보험사'로 바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재보험 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발생할지 보험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재보험 시장은 코리안리 한 곳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JC파트너스는 글로벌 투자기업 칼라일과의 협업을 통해 KDB생명을 공동재보험사로 탈바꿈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칼라일은 최근 KB금융지주에 24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국내 금융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종윤 칼라일 아시아 파트너스 한국총괄 대표는 "칼라일은 한국에서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JC파트너스와의 협업으로 KDB생명의 재보험업 진입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외에 저축보험료와 부가보험료의 일부도 재보험사에 지불하고, 보험과 관련된 위험 외에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재보험을 말한다. 재보험은 보험과 관련된 위험만을 재보험사에 이전한다는 점에서 공동재보험과 가장 큰 차이가 있다. 공동재보험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 생명보험사들이 보험부채 구조조정 방안으로 도입을 요청하면서 지난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 보험 전문가는 “최근 공동재보험 도입 등 재보험업 진입 장벽이 낮아져 업계는 어느 회사가 재보험 시장에 들어올지 궁금해하는 분위기”라면서 “KDB생명의 경우 보험업 면허증을 이미 소유한 만큼 빠른 업종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통해 재보험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 ‘22조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

 

현재 국내 재보험 시장 규모는 22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7년 기준 국내 재보험 거래 규모는 22조3859억원으로 재보험을 통해 받은 보험료는 10조2791억원, 재보험에 가입한 보험료는 12조1068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주요 행사의 취소와 연기로 인한 보험 청구건 관련 수요도 증가할 예정이어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을 위한 사이버 배상책임보험 등의 확대로 오는 2025년에는 전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이 현재보다 5배 이상인 200억달러(24조34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ICT 최강자인 한국의 재보험 시장 규모도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세계적인 보험 전문 신용평가사 AM베스트가  글로벌 재보험업계의 향후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 한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원수보험사 보유량 조절을 통해 리스크를 헷징(외부 위험을 막음)할 수 있다는 점이 재보험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 생명보험 시장과는 다른 ‘과반 선점 구조’

 

대규모 시장에도 불구하고 코리안리가 시장점유율 과반을 차지한다는 점이 JC파트너스가 재보험업에 ‘도전장’을 내민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KDB생명이 속한 생명보험업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보다 ‘큰 파이’가 있는 시장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더불어 현재 KDB생명에 남아있는 영업 인력이 1000여명 이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KDB생명의 취약한 설계사 조직으로는 기존의 생명보험업 영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요인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보험업의 경우 생명·손해보험 상품 모두 취급 가능하다는 점이 재보험업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코리안리의 국내 재보험시장 점유율은 57.5%에 달한다. RGA, 뮌헨리, 스위스리, 스코리, 하노버리 등 약 10개의 외국계 재보험사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코리안리의 실적도 좋다. 자산규모 12조원인 코리안리는 지난해 전년(1027억원) 대비 86.2% 급증한 19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을 코리안리 직원 수(358명)로 단순 환산할 경우, 지난해 1인당 5억3300만원의 생산성을 거둔 셈이다. 코리안리는 올 1분기 당기순이익 450억원, 보험료수익 1조9942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재보험 시장 진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국내 손보사들은 공동으로 재보험사 설립을 시도했으며, 2008년 신한금융지주, 2010년 KDB산업은행 등이 '제2의 코리안리' 설립을 시도했다. 2014년에는 재보험사 ‘팬아시아리’ 설립이 최종 무산됐으며, 2018년 금융위원회의 재보험 등 특화보험사 신설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KDB생명의 재보험업 진출과 관련 코리안리는 좀 더 지켜보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KDB생명 인수 과정과 추후 진행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 ‘든든한 아군’ 칼라일

 

강력한 해외 망을 갖춘 칼라일 그룹과의 협력이 JC파트너스의 재보험업 진출 결정에 큰 힘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칼라일은 전 세계 20여개국에 약 600명의 투자 전문 인력을 갖춘, 33년 업력의 세계적인 투자기업이다. 운용규모만 약 1560억달러(187조908억원)에 이른다.

 

칼라일의 가장 큰 장점은 ‘글로벌 네트워크’다. 한 지역에만 집중돼있던 의류업체 몽클레어를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켜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낸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달 칼라일로부터 2400억원의 투자를 받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글로벌 선도 투자 기업인 칼라일과의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발굴해 KB글로벌 부문의 성장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칼라일은 JC파트너스의 KDB생명 인수전에 ‘사업 제휴’ 혹은 ‘직접적인 자본 투자’ 등을 두고 참여 형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모습이 됐든 JC파트너스로서는 칼라일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재보험업은 보험사에서 인수한 계약을 다시 해외 재보험사에 넘기는 국가 간 산업으로, 장기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코리안리도 수년 전부터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서 최근 6년 새 6개의 해외 점포가 늘었다.

 

한 보험 전문가는 “자금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칼라일은 보험 세계의 국제적 흐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일본 등 해외에서는 캡티브(모기업의 위험을 인수하기 위해 자회사 형태로 설립된 보험 회사)가 다수인 만큼 칼라일은 중장기적으로 KDB생명의 캡티브 전환을 고려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제도 뒷받침에 따른 ‘수요 증가’

 

기존 공동재보험에서 ‘변경된’ 공동재보험의 시행도 KDB생명의 장기적인 공동재보험사행에 힘을 싣는다.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에 따르면 원보험사의 책임준비금 및 자산을 재보험사에 이전하던 기존 공동재보험은 책임준비금만 재보험사에 이전하고 자산은 원보험사가 수탁운용하는 형태로 변경됐다. 한마디로 재보험사는 원보험사로부터 전가 받은 위험만 관리하고 보험사의 자산은 ‘건드리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보험사는 공동재보험을 통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재보험사에 이전해 금리 위험액을 축소하고도 자산의 변동도 겪지 않아 재무건전성 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울러 글로벌 재보험사의 노하우와 자산운용능력 역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공동재보험에 대한 보험사들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재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도입하기로 한 공동재보험이 특히 생명보험사의 금리 리스크 관리를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