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글로벌 진출 확대는 하나은행 비전의 한 축입니다. 임기 2년간 본격적으로 신남방시장에 진출하겠습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 2019년 3월 21일 취임사에서)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외 사업 강화를 위해 타 은행과 협력도 마다하지 않는 등 ‘글로벌 강자’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수은 본점에서 두 은행의 글로벌 거래 금융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은행이 맺은 업무협약은 신흥시장 개척을 위한 '전대금융' 활성화와 국내 수출입 기업 무역금융 협업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전대금융 협력 강화다. 전대금융은 현지 은행이 현지 업자들의 수입결제자금으로 대출해 줄 조건으로 외국의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빌려오거나 외국 금융사가 보증을 서 주는 것 등을 말한다. 현지 은행은 좀 더 나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대출을 제공한 외국 금융사의 정부는 자기나라의 수출을 촉진시킬 수 있고 상대국과의 경제협력을 이끌어내는 효과도 있다.
최근 두 은행은 지난 5일 국내 기업이 우즈베키스탄에 전자제품 생산설비를 수출할 때 수은의 전대금융을 활용해 협력을 진행했다. 우즈벡 전대은행인 NBU(우즈벡 1위 국영은행)에 수출입은행이 1500만 유로, 하나은행 1300만 유로 등 총 2800만 유로 규모의 금융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은 수출대금을 원활히 회수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협약으로 전대금융을 통해 해외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또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수출 증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하나은행이 아직 진출하지 못한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국가들(CIS)에서 수은과 협력해 전대금융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 행장은 협약식에서 "이번 협약으로 국내 수출입 기업의 공동 발굴과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우리 기업들의 무역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국내 수출 기업의 신남방·신북방 신흥 시장 진출을 위한 금융지원이 더욱 확대돼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5월 25일 서울 중구에 소재한 롯데호텔에서 양 그룹 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글로벌 사업에 있어 업무제휴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지성규 하나은행장(왼쪽 첫번째),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 세번째), 진옥동 신한은행장(왼쪽 네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626/art_1592965301901_ef67af.jpg?iqs=0.897383743524673&iqs=0.6630801114806952)
하나은행은 신한은행과 글로벌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국내 금융권 최초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공룡 그룹은 국내 금융그룹들 간의 해외에서 과도한 경쟁으로 단기적 이익 추구에 급급했다는 문제의식 아래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그룹 해외실적의 절대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공동 협의체를 세우고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첫 결과물도 나왔다. 이달 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아프리카 수출입은행 신디케이션론에 공동 참여하는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아프리카 수출입은행은 아프리카 대륙 무역금융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UN산하 다국적 금융기관이다. 따라서 이번 신디케이션론 참여는 아프리카 시장에서 금융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각 정부와 협력 관계를 이끌어낼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에는 미주권에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공동 법인을 세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두 은행은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주 지역에서 공동 법인을 세워 반등을 노리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글로벌 사업 실적 개선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은 신한은행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200억원 안쪽으로 좁혀졌고, 작년에는 중국에서의 실적 부진으로 전년 대비 순익이 반토막(693억원)이 나면서 우리은행에 약 450억원 차이로 2위 자리를 내줬다. 하나은행이 경쟁 은행과의 협력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수출입은행과의 업무협약과 신한은행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글로벌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릴 방침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