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정부가 고심 끝에 오는 2022년까지 우리금융지주를 완전 민영화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주가 부진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의 기업가치와 향후 인수합병(M&A) 성공 등을 을 볼 때 추후 주가 상승 가능성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수립한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가진 우리금융 지분 매각 계획을 유지할 것으로 결정했다. 이에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에 우호적인 조건이 갖춰지면 계획에 따라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해 완전민영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보는 현재 우리금융 지분의 17%를 가진 최대주주다.
금융위가 세운 ‘우리금융 완전민영화 로드맵’의 골자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3년 간 예보의 잔여지분을 2~3차례에 걸쳐 최대 10%씩 분산해서 매각하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수량경쟁 입찰을 먼저 실시한다. 나머지 물량은 일괄매각(블록세일)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위의 계획이 차질이 빚는 듯 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금융지주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시장이 안정화를 찾은 후로도 저금리 기조 심화와 은행의 대손충당금 확대 가능성 등으로 금융지주의 주가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의 주가(종가기준)도 작년 하반기 1만20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지난 3월 23일 6450원으로 급락했다. 이후 반등해 한 때 1만원 선을 넘기도 했지만 최근 8000~90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금융의 주가 하락으로 금융위는 예보 지분 매각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을 ‘본전치기’로 회수하기 위한 우리금융 주가는 1만2300원 가량으로 전해진다. 이에 주가가 1만원을 밑도는 상황에서 지분을 매각하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올 한해 우리금융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낮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 발생 초창기에는 여름이 되면 관련 우려가 상당 폭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최근까지도 코로나 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재확산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은행에는 부담 요인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쉽지 않은 상황에도 정부가 예정대로 계획을 진행하려고 하는 이유는 ‘민영화 3대 원칙’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는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 해당 금융지주회사의 빠른 민영화 및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보유주식을 처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금융위는 공적자금 회수 규모를 키워야하지만 동시에 최대한 빨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주가 하락으로 민영화 시기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금융의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점도 추진 배경으로 해석된다. 올해 1만2300원 아래로 일부 지분을 매각해 손해를 보더라도 추후 주가가 크게 올랐을 때 남은 물량을 매각하면 오히려 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0으로 저평가 돼 있다. 지난 5월 코스피 전체 상장사의 PBR은 0.83이다. 우리금융의 사업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주가 상승 가능성은 높다.
특히 우리금융은 작년 지주사로 출범한 이유로 아직 비은행부문 계열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전된 후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금융지주의 주가는 대형 M&A가 있은 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금융도 비슷한 효과를 누릴 확률이 크다.
또 예보가 그동안 우리금융 지분을 통해 확보한 배당금을 고려하면 일부 주식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도해도 큰 손해가 아니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3월 역대 최대 수준인 주당 700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이에 예보는 우리금융 주식 1억2460만4797주에 대해 작년 한 해에만 872억원의 배당금 수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기가 언제가 되느냐의 문제일 뿐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킬 것은 거의 확실하다”라며 “금융위 입장에서도 추후 주가가 크게 오를 때 지분을 매각하면 되기 때문에 계획에 큰 수정을 할 이유가 별로 없어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