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조선업계에 잇따른 ‘낭보'가 들려오고 있다. 100척 규모의 카타르발(發)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와 더불어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대규모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불황이 지속되는 만큼 수주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2020년 상반기 마감을 앞둔 조선업계는 오히려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626/art_15928727784285_7bb346.jpg?iqs=0.2791506817135403&iqs=0.34239036611666385&iqs=0.9322209566992421)
이달 초, 전 세계 LNG 수출국 1위 국가인 카타르가 ‘선물보따리’를 국내 조선업계에 보냈다.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가 국내 조선3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와 100척 이상의 LNG선 슬롯(선박을 만드는 공간) 예약 계약을 맺었다고 전한 것이다. 사업 규모는 역대 최대인 23조6000억원에 달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전 세계 누적 발주량은 469만CGT(표준화물톤수)다. 하지만 한국의 수주량은 90만CGT로 이는 33척 규모에 불과하다. 따라서 QP의 대규모 발주로 조선산업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싹텄다. 실제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카타르의 발주 소식 이후 역대 최장기간 상한가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QP와 조선3사가 계약을 맺은 세부조건을 살펴보면 업황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QP와 조선3사는 LNG선 슬롯 계약을 맺었다. 이는 100척 수주가 확정된 것이 아닌 100척 규모의 ‘건조 공간’을 계약했다는 말이다. 카타르는 LNG 생산량을 2027년까지 1억2600만t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선박을 건조하는 공간인 슬롯 확보가 필수적이다.
계획대로 QP가 100척을 발주한다면 조선3사는 각각 30척 안팎의 LNG선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LNG선 한척 당 건조가격이 대략 1억8600만 달러(약 226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각 사가 확보할 수 있는 일감 물량 규모는 약 6조780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QP와 16척 규모의 LNG선 계약을 맺은 바 있어 일감이 줄어들 여지가 크다. 또 정식계약이 체결된 이후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LNG선을 인도하면 되기 때문에 1년 동안 각 회사가 생산할 QP발 LNG선은 5척 가량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정량의 일감이 확보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물량의 100%가 모두 발주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점유율은 90%에 육박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황 회복이 되지 않는 이유는 발주량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연간 최대 7000만CGT 규모의 선박이 발주됐지만 2010~2019년 평균 발주량은 2681만 CGT에 그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의 신규수주는 전체 목표액 중 9.3%에 그쳤으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5.3%, 6%에 그치고 있다. 최근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Novatek)이 12척의 LNG선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실적 회복 직접적인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