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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은행 역대급 대출, 기회 vs 위기 맞서

경기침체 심화로 건전성 악화 우려와 성장의 발판 전망 혼재

 

[FETV=유길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은행이 기업대출을 ‘역대급’으로 늘리자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대출 증대는 은행의 향후 성장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45조1000억원으로 지난 2월 말(882조6000억원)에 비해 7%(62조5000억원)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지난 4월 한 달 동안 기업대출 증가액은 27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3월(18조7000억원), 5월(16조원) 증가폭도 역대 2,3위에 해당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3개월은 기업대출 증가 기록을 다시 쓴 기간이었던 셈이다.    

 

이 기간 대기업은 회사채 시장이 크게 흔들려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자금의 자체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 대출을 크게 늘렸다. 또 은행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주도로 코로나19 충격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지원에 집중했다. 1,2차로 진행되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 대출이 은행에 할당된 규모는 총 13조5000억원 가량이다. 

 

은행의 기업대출이 크게 늘자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심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 은행의 기업 대출채권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시적으로 기업 대출이 늘고 있어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기관 건전성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위기가 조기에 종료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장기화하면 많이 늘어난 기업 대출이 부실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대기업 대출 비중이 높았던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 등으로 연체율이 급등하는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우리은행의 2008년 말 연체율은 0.97%로 크게 치솟았다. 이후 다소 하향세를 보이다 건설·조선업 부진으로 2012년 말 1.23%로 다시 급등했다. 2014년 3분기까지 줄곧 1.1%을 웃돌았다. 우리은행이 최근 몇 년간 대기업 대출 비중을 줄이고 건전성 향상에 집중한 이유다. 

 

반면 코로나19가 은행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기업대출이 증가로 거래 고객이 늘어나는 만큼 향후 은행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새롭게 대출을 받은 고객은 향후 추가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서비스 제공의 기회도 생길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파른 성장을 달성한 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기업은행은 금융위기 후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지난 2009년 말 원화대출을 1년 전에 비해 약 13조6000억원 늘렸다. 이는 당시 시중은행의 증가액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증대를 위해 2009년 1월에만 2번에 걸쳐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며 같은해 5월에 3000억원 증자를 추가로 시행했다. 이후 기업은행은 대출을 꾸준히 늘려 작년 204조원 규모의 대출채권을 기록했다.

 

이 때의 대출 증대를 기반으로 기업은행의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업은행의 2008년 순익은 1조1600억원대에서 7000억원대로 내려앉았지만 이후 꾸준히 올라 2010년에는 1조3000억원대에 육박하는 순익을 거뒀다. 이후 2018년에는 1조5110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뤘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코로나19 대출이 은행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행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고 우리경제가 정상화 될 경우 새롭게 유입된 고객과 대출자산이 기업은행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시 유입된 고객이 기업은행 성장의 발판이 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건전성도 코로나19 영향을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연체율의 단순 산술평균은 0.31%로 두 달 전에 비해 0.04%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국내 은행들이 최근 3년 간 같은 기간 기록했던 상승폭과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 3월 말 은행 연체율은 0.46%을 기록한 후 두 달 연속 상승해 5월 말에는 0.51%로 0.05%p 올랐다. 2018년에는 3월 연체율 0.42%을 기록한 후 5월에 0.62%로 0.20%p 치솟았다. 2017년에도 같은 기간 0.07%p 상승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충격에도 연체율이 특별히 악화되지 않은 이유는 은행이 그간 건전성 관리에 전력을 기울인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대출이 향후 은행의 발전에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한 이유도 은행의 튼튼한 건전성에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그동안 건전성 관리를 잘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하는 등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건전성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건전성 관리가 잘 된다면 최근 대출로 새롭게 유입된 고객들은 향후 은행 성장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