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면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동남아 금융시장 영토 확장 행보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약한 고리인 해외부문을 강화해 신한은행과의 '리딩뱅크' 싸움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15일 "국민은행이 OJK 승인을 얻어 부코핀은행 인수를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OJK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인수를 위해 2억 달러(2415억원)를 에스크로 계정에 입금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스크로 계정은 계약에 서명하는 등 일정 조건에 이를 때까지 결제 금액을 예치해두는 계정을 말한다.
인수가 진행되면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보유지분을 50%이상 소유하게 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로 오른 바 있다. 인수 당시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자산 기준 14위의 중형은행으로, 지점망 320여개를 보유했다.
국민은행은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은 맞으나 아직 모든 절차가 종료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인수는 현재까지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추후 금융당국 및 주요 주주들과의 논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국내에서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해외법인의 경쟁력은 타 은행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은 155억원으로 1위인 신한은행(2379억원)에 비해 15분의 1도 안되는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을 꺾고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은행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이에 국민은행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1위 소액대출금융기관(MDI)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인수를 결정하고 올해 4월 지분 70%에 대한 매매대금 6억300만달러 지급을 완료했다. 국민은행은 향후 잔여지분 30%를 추가 인수해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또 국민은행은 앞으로 프라삭을 상업은행으로 전환하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민은행의 동남아 ‘광폭 행보’는 같은 4월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법인 설립 예비인가를 받은 것으로 이어졌다. 앞서 미얀마 중앙은행은 2014년과 2016년에 각각 1차, 2차로 은행업을 개방했지만 국민은행은 인가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후 국민은행은 핵심 역량인 주택금융 노하우를 앞세워 준비한 결과 이번 3차 개방에 현지법인 설립인가에 성공했다.
국민은행이 부코핀 은행 인수를 완료하면 국내은행 가운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인도네이사 법인과 경쟁을 펼치게 될 전망이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PT Bank KEB Hana)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지배지분 순이익)으로 199억원을 거두면서 국내은행 법인 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은 1분기 94억원으로 하나은행을 뒤쫒고 있다. 작년에는 우리소다라은행이 423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면서 하나은행을 제치고 1위를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