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수익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2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올 1분기 확정기여(DC)형 원리금비보장형 손실률은 7.85%을 기록했다. 이는 6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손실률이다.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한은행에 비해 2%포인트(p) 높은 손실률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5.98%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신한은행에 약 1%포인트 차이로 밀린 바 있다. 이에 올 1분기 국민은행 DC형 평균수익률(원리금보장형·비보장형 포함)은 0.63%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은 개인형 개인퇴직연금(IRP)에서도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1분기 개인형IRP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의 손실률은 10.01%로 기록했다. 이 역시 6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손실률로 신한은행(-5.04%)에 비해 두 배 더 높았다. 국민은행의 개인형IRP 평균 손실률은 0.80%로 은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증시 부진으로 원리금비보장성 퇴직연금 수익률 하락폭이 특히 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주요 은행의 DC형과 개인형IRP 원리금비보장형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의 수익률이 가장 높은 손실률을 기록하면서 충격이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민은행은 타 은행에 비해 DC, 개인형IRP 상품 비중이 높아 두 부문의 낮은 수익률은 전체 퇴직연금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은행과 함께 퇴직연금 적립금 20조원을 돌파한 신한은행의 올 1분기 DC형, 개인형IRP 적립금 비중은 53%다. 반면 국민은행은 65%로 신한은행에 비해 12%p 높다.
![6대 은행 확정기여(DC)형·개인형 개인퇴직연금(IRP) 원리금비보장형 수익률 추이(%) [자료=은행연합회]](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624/art_15917693366067_452c16.png?iqs=0.7828382273967447&iqs=0.14549201006422496&iqs=0.08243875215767837&iqs=0.7555035510619885)
원리금비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은 펀드, 채권, 파생결합증권 등의 상품 투자가 허용돼 은행들의 퇴직연금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원리금비보장형은 은행이 각 상품의 특성과 예상 수익률 등을 파악해 상품군을 구성하고 이 안에서 고객이 투자할 상품을 직접 고른다. 따라서 일반 금융 소비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이 거두기 위해서는 은행이 우수한 상품군을 구성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원금보장형 상품은 은행 예금이나 국채와 같이 안전한 상품에 투자해 은행 별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다.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의 비중이 큰 퇴직연금 제도는 DC형과 개인형IRP다. 전통적인 퇴직연금 제도인 확정급여형(DB)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 운용하다가 근로자 퇴직 시에 확정 퇴직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반면 DC형과 개인형IRP는 기업이 퇴직금을 운용하는 DB형과 달리 노동자 개인이 운용한다. 회사가 정해진 퇴직금을 반드시 지급해야하는 DB형과 달리 운영 결과에 따라 퇴직연금 규모가 달라진다.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은 이유다.
최근 DC형, 개인형IRP는 노동시장 및 연금시장 제도 변화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전체 금융사 퇴직연금 자산 규모는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221조2000억원)했다. 이 가운데 개인형IRP(25조4000억원)는 32.4%의 증가율을 보이며 전체 증가율(16.4%)의 두 배 가까운 증가속도를 보였다. 지난 2017년 7월 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소득이 있는 모든 취업자들의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개인형IRP 적립금 규모도 크게 불어나고 있다. DC형 적립금(57조8000억원)도 1년 전에 비해 16.3%가 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민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급성장하고 있는 DC형, 개인형IRP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렸기 때문이다. DC형, 개인형IRP 제도에서 원금비보장형 상품의 수익률 하락은 자칫 국민은행 전체 퇴직연금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