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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능력 시험대 오른 기업은행장, 실적반등 가능할까?

자회사 실적 ‘반토막’...최대 계열사 IBK캐피탈 순익 37%↓
대손충당금 규모 줄여 ‘전체 실적 방어’...건정성 관리 어려움 예상
조직안정화 이룬 2분기 수익성·건전성 상승 기대

 

[FETV=유길연 기자] 올해 가까스로 취임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행장 선임 27일 만에 취임했다. 윤 행장의 취임이 늦어지면서 조직 전체 인사가 미뤄진 결과가 계열사 실적 악화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기업은행의 위험도도 심화되면서 윤 행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업계는 인사를 마무리해 조직 안정화를 이룬 2분기 부터 윤 행장의 경영 능력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지배지분 순이익)은 5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5533억원)에 비해 9.6%(533억원) 줄었다. 기업은행의 순익 감소의 핵심 요인은 자회사의 실적 감소다. 기업은행 전체 자회사의 1분기 순익은 작년 동기 대비 59.8%(681억원) 감소했다. 반면 은행 개별 순익은 3.2%(153억원) 늘었다. 자회사 실적 감소분에 은행 개별 순익 증가액을 빼면 은행 전체 순익 감소 규모와 비슷한 액수가 나온다. 은행 개별 실적이 줄었으면 10%가 넘는 순익 감소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은행 내 최대 계열사인 IBK캐피탈의 1분기 순익은 1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줄었다. IBK캐피탈은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20.2% 늘어난 1084억원을 기록하면서 은행 내 효자 계열사 역할을 했다. 순익 1000억원을 넘긴 자회사는 IBK캐피탈이 유일했다.

 

 

IBK캐피탈의 1분기 실적 추락은 타 금융그룹 내 캐피탈사 대비 이례적이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금융그룹 가운데 신한·농협캐피탈을 제외한 캐피탈사 순익은 모두 늘었다. 하나캐피탈의 1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0%넘게 늘었다. KB·BNK·JB우리캐피탈은 20%가 넘는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적이 줄어든 신한·농협캐피탈도 감소율이 각각 6.3%, 16%로 IBK캐피탈 대비 높지 않다.  

 

자회사의 부진한 성적표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취임이 늦어진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말 정부가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을 내정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기업은행 노조는 불공정한 인사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에 노조는 윤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윤 행장은 국내 은행권 사상 최장 기간인 27일 출근 저지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윤 행장의 취임이 늦어지자 금융권에서는 은행·계열사 인사 지연으로 기업은행의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이어졌다. 기업은행의 상반기 인사는 통상 1월 중순 부행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영업지점장 모두 한 번에 이뤄지는 ‘원샷’ 인사로 진행된다. 작년에는 1월 15일에 단행됐다. 

 

하지만 윤 행장의 취임 지연으로 올해는 지난 2월 20일에 은행 서열 2인자인 전무이사와 계열사 CEO 선임 등 핵심 부문을 제외한 ‘반쪽자리’ 인사를 단행했다. 계열사 CEO와 부행장등이 후보로 오르는 전무이사 자리 인사가 이뤄져야 계열사 CEO도 마무리 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조와의 갈등으로 전무 인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2인자 자리를 두고 노조가 지지하는 인물과 윤 행장이 점찍은 인물이 달라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골치 아픈 2인자 인사는 미루고 나머지 부분에 대한 인사가 이뤄진 것이란 해석이다.

 

차일피일 미뤄진 전무 인사는 결국 상반기 인사 후 한 달이 지난 3월 19일에 이뤄졌다. 김성태 전 IBK캐피탈 대표이사가 전무 자리로 이동했다. IBK캐피탈 대표에는 전무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던 최현숙 전 기업은행 부행장이 다음날 임명됐다. 자회사 CEO 대표 내정도 이후 마무리 됐다. 

 

이처럼 계열사 CEO 인사가 늦어지면서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신임 행장 취임이 이뤄져야 새로운 체제 아래 각 임원, 영업부서, 책임자 등이 연초부터 한 해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하지만 인사가 미뤄지면서 은행, 계열사 모두 한 해 출발이 늦어졌다. 효자 노릇을 했던 IBK캐피탈도 최 대표가 취임하자 한 해 경영 목표가 나왔다.  

 

특히 인사 지연으로 계열사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것이 윤 행장을 당혹스럽게 하는 분위기다. 김 전무는 IBK캐피탈 임기가 올해 말까지였지만 1분기가 끝나는 시점에 전무 자리로 옮겼다. IBK캐피탈 실적 저하에 대한 책임을 김 전무에게 묻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뒤늦게 IBK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최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계열사 실적이 감소하자 은행은 전체 실적 방어를 위해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은행의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18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약 500억원 줄었다. 대손충당금은 순수 영업 활동으로 얻은 이익인 총영업이익에서 차감해 적립한다. 적립금 규모가 줄면 당기순익은 늘어난다. 

 

이로 인해 건선성 관리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NPL커버리지 비율)은 84.8%를 기록해 작년 말에 비해 4.3%포인트 하락했다.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의 손실에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연체율은 0.52%로 작년 말 대비 0.05%포인트 악화됐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는 2분기 자산건전성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최근 10년간 8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7년 3월말, 12월 말을 제외하고는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인 2009년에도 100%가 넘는 적립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윤 행장이 취임한 첫 성적표에서 다시 최저 수준인 84%대로 하락했다. 

 

 

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은행업감독규정’ 제29조에 따라 적립대상 자산을 건전성 분류별로 특정 비율 이상을 적립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규정 이외의 적립금은 은행의 재량에 달려있다. 학계에서는 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은행의 이익 규모 조정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권혁대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3년 출판한 논문에서 “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여러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 변수이지만 은행의 이익조정을 나타내는 변수라는 것이 지배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최근 잇단 유상증자와 공공성 역할 강화 천명으로 주가 하락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유증(4125억원)을 결정했다. 또 기업은행은 지난달 5조원이 넘는 초저금리대출을 결정하는 등 중소기업 지원에 방점을 찍으면서 수익성 하락 전망이 이어졌다. 이에 주가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주가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금을 줄여 이익을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기업은행은 건전성 관리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인사가 마무리된 만큼 오는 2분기에 수익성, 건전성 모두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1분기 대손충당금이 줄어든 것은 오히려 대외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건전성 관리가 잘 이뤄졌다는 것을 뜻한다”며 또 “인사 지연 이후 최근 조직 안정화가 이뤄진 만큼 오는 2분기에는 윤 행장의 경영 능력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