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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중공업


마이너스 유가 ‘쇼크’…조선업 '희망의 불씨' 꺼지나

5월 인도분 덱사스산(WTI) 원유, 20일 배럴당 -37.63달러로 마감…“돈 주고 팔아야”
전 세계 발주 시장 ‘초토화’…1분기 발주량 전년比 71.3% 줄고 LNG선 발주도 급감
합병심사 통과와 흑자전환 거론됐던 현대·대우, 삼성重…마이너스 유가에 계획 차질

 

[FETV=김현호 기자] "조선업 희망의 불씨는 꺼지는가?"

 

조선업계가 초상집 분위기다. 석유를 돈 주고 가져가달라고 애원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코로나19로 수요량이 급감한 가운데 산유국들의 ‘치킨게임’이 번지자 결국 국제유가가 전례 없는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조선업계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됐지만 발주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아 수주 목표를 채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게 됐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덱사스산 원유(WTI)는 배럴(159L)당 -37.63달러로 마감됐다. 마이너스 유가는 뉴욕상업거래소의 석유 거래 이후 최초의 일이다. 코로나19로 산업계가 멈춰서 해외수출도 어렵게 됐다.

 

차라리 돈을 받지 않고 37.63달러(약 4만6000원)을 얹어주고 수요자에게 치워 달라고 요구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기준 WTI는 배럴 당 19.1%가 오른 13.78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지나치게 떨어진 탓에 기술적 반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루 3000만 배럴이 줄어든 세계 원유 수요를 고려하면 산유국들이 합의한 하루 970만 배럴 감산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마이너스 유가가 형성되자 조선주(株)도 하향세를 보였다. 21일 기준 삼성중공업은 3.70%가 떨어져 4160원을 기록했고 현대중공업지주는 3.23% 하락한 22만4500원, 현대미포조선은 -4.42%를 기록하며 2만9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마이너스 유가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주 기대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시장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1.3%가 떨어진 233만CGT(표준화물톤수)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국내 조선사가 97%의 점유율을 보였던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도 1분기에 2척에 그쳤다. 국제해사기구(IMO)의 ‘2020 IMO' 규제로 친환경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코로나19가 직격탄을 때린 것이다.

 

해저에 매장된 석유 가스 등을 생산하는 설비인 해양플랜트 발주도 오리무중이 됐다. 조선업계가 수주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설비는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드릴십 등이다. FPSO의 경우 1기 건조가격이 LNG선에 6배에 달하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대비 10배 이상 비싸 해양플랜트는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으로 분류된다.

 

당초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는 나이지리아 FPSO 프로젝트 발주와 최대 200억 달러(약 23조66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해상 유전·가스전 사업 등 각종 사업이 예고돼 있었다. 하지만 유가가 마이너스 상태까지 추락해 고비용 설비인 해양플랜트 수주까지 어려워졌다.

 

해양플랜트업계에 따르면 해양플랜트 발주가 나오기 위해서는 배럴당 50~60달러에 거래돼야 한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도 “해양유전 개발사업의 손익분기점은 5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해양플랜트 발주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조선3사(현대조선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조선업)는 마이너스 유가로 목표했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합병을 위해 세계 6개 국가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심사가 통과됐지만 5개 국가에서 합병 심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합병에 최대 복병으로 분류되는 유럽연합(EU)은 “코로나19로 정보수집이 어렵다”고 판단해 심사를 보류했다. 5월7일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합병 심사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부터 줄곧 적자에 시달리던 삼성조선업도 올해 흑자 전환을 계획했다. 사측은 지난해 수주 목표(78억 달러)에 91%를 달성했고 매출도 약 40% 올랐다. 조선업계 특성상 수주했던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려면 1~2년의 거치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수주잔량을 전 세계 1위를 기록했기 때문에 2020년이 흑자 가능성이 거론됐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에 대다수의 선주가 발주 계획을 미루고 있다”면서 “해양플랜트 수주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 연구원은 “하반기 혹은 내년부터 탱커와 LNG선을 중심으로 수주물량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